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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Nov 01. 2024

거짓의 질병

새글 에세이시

거짓의 질병


거짓말이 습관이 되면 죄의식이 없어진다. 몰염치해지고 인간성을 잃게 된다. 어쩔 수 없어서 한 거짓말이란 핑계가 잦아진다. 거짓에 거짓을 덧칠하게 된다. 거짓말을 일부러 만들어내 퍼뜨리며 희열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습관을 초월해 질병이 되는 것이다. 거짓의 병은 고질적이어서 치료제가 없다. 개과천선은 일말의 양심이 있어야 약효가 있지 휴머니즘을 상실해 버린 황폐한 심성에 뿌리를 내릴 양심은 없다. 자신을 위한 거짓말에 익숙해지면 모두를 위한 거짓이었다는 포장을 하게 된다. 거짓말이다. 모두를 위한다면 거짓말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거짓이 새로운 거짓을 만들어내고 몸집을 부풀려 통제할 수 없는 거대거짓 세계로 빨아들인다. 누군가를 위한다는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거짓의 주체도 거짓의 호혜자도 오직 거짓말을 해대는 자신일 뿐이다. 거짓말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한때의 위기에서 벗어날 임기응변이 될진 모르지만 지켜보고 있는 모두를 속이진 못한다. 침묵으로 보고 있는 누구나 거짓말을 해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거짓말 박사, 거짓말 선생, 거짓의 무사가 쓴 가면 뒤에 있는 진면목을 알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없는 거짓, 눈치코치마저 없는 거짓, 선악의 구별마저 포기한 비양심, 여지없이 반복되는 팔염치한 거짓에 구역질이나 해댈밖에. 거짓말이 낳는 부산물은 오물일 뿐이다. 변명은 추접스러워지고 입은 뇌의 통제를 거부하게 된다. 목소리는 야들야들한 비열함을 담아낸다. 얼굴표정은 뻔뻔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자제되지 않는 자기애는 인면수심으로 몰아간다. 자신의 추악함을 자신만 모른 척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속 시원하고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입만 열면 거짓을 말하는 그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하리. 눈만 뜨면 모두를 속일 궁리만 해대는 그 머리거죽에 검은 천을 씌워버려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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