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재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글 Nov 07. 2024

십일월의 우화

새글 에세이시

십일월의 우화


다시 십일월이 전투적으로 찾아왔다.

이겨낼 수 없는 이별의 고통을 남겨놓았다가

새로운 삶의 출발을 선물하기도 했던 십일월은

참혹할 것이 확실시되는 겨울을 준비하라는 

두툼한 외투와도 같은 시련의 기점임을 부정하지 못하겠다.

생을 지배하고 있는 애환을 이겨내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나서야 앞으로 나서볼 힘이 생겼다.

잘잘못을 따지며 붙들려 있어야 했던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어서는 앞날이 안갯속일 수밖에.

나의 지금은 지금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곤혹스러움을 벗겨낸 진짜배기 생이 되어야 한다.

생채기가난 관계는 돌아보지 말 것, 

끝난 인연에게 연민을 가지지 말 것, 

허물을 벗고 우화를 시작해 낯설어진 나에게 집중할 것.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의 질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