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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우진 May 17. 2021

[Blah Blah]
잘 지내시나요?

How Are You?

다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저질러 버린 일이 많아 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1분 1초 모든 시간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거든요. 어떤 시간에는 학생으로, 어떤 시간에는 알바생으로, 어떤 시간에는 창업자로, 어떤 시간에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또 어떨때는 작가로 매일을 책임감이 동반된 일들을 해내고 있어서 쉽게 놓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네요. 행복하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행복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아 그냥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숨 쉴 만하니까요. 굳이 표현하자면 무감각 상태인 것 같네요. 누가 날카로운 말로 찔러도 아무렇지 않으니 말이죠. 제 플레이리스트에 꾸역 꾸역 넣어뒀던 밝은 노래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시 또 우울한 노래들이 겸연쩍게 차지한 것을 보니 다시금 또 꽤 밑으로 내려왔나 봅니다.

사랑도, 추억도, 여유도, 설렘도, 행복도, 이런 만연한 모든 감정들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어요. 아무도 건네려 하지 않았기에 저 혼자 섬처럼 떠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느껴지지가 않아요. 모든 일 앞에서 터져 나오는 문장이 그저 ‘아 그런가 보다.’가 되어버렸죠. 솔직히 누군가가 사랑이든, 추억이든, 여유든, 설렘이든, 행복이든 무엇이든지 억지로 제 손을 펼쳐버린 후 꽉 쥐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러기엔 제 손이 너무 꽉 쥐어져있죠. 알아요, 제가 딱히 가까이 다가오기 힘든 사람이라는 것쯤은요. 제가 자초한 일이죠.

어쨋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지금이 불행하진 않아요. 이 정도의 노력과 이 때문에 다가오는 이런 상황들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꽤 버틸만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만약 이런 노력 끝에 맞이하게 된 결론이 실패이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어쩌다 보니 유난스럽게 힘들다고 찡찡대는 글 같네요.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그런 목적이 아닙니다. 그저 저처럼 무감각의 시기를 겪고 있을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서 글을 써 본 것입니다. 그들이 잠시나마 이 글 속에 들어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줬으면 해요. 그리고 더 이상 “잘 지내?”라는 말 앞에서 경직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2020.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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