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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우진 May 17. 2021

[Blah Blah]
졸업 1

2021. 01. 18

고개를 들어보니 1월이네요.

어느새 ‘잘 있어.’라는 말이 만연하게 떨어져 있는 그 틈으로 또다시 들어온 거예요. 여러분은 어떤 것들에게 이 말을 다정하게 건네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아쉬움일 수도, 슬픔일 수도, 기쁨일 수도 아니, 어쩌면 본인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요즘 얼떨결에 미끄러지듯 안착한 ‘졸업’이라는 단어 위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에게 이 말을 흩뿌리듯 전하며 다정함을 쥐어 짜내어보고 있습니다. 네, 27이라는 나이에 드디어 졸업을 하게 되었어요. 미술 학원에서 4B 한 자루를 들고서 겨우 육면체 하나에 영혼을 쏟아붓던 그때에는 상상도 못했겠죠. 27살에 졸업이라니.

동경이 없던 터라, 대학교를 빨리 가려고 경쟁만 했지 왜 빨리 가야 하는지는 언제나 물음표였는데, 이렇게 된 이상 저에게 이건 영원히 물음표로 남아있겠네요. 물음표를 없앨 수 있었던 적정한 때를 놓쳐버렸어요. 뭐.. 개탄스럽지는 않아요. 이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기보다는, 여유로울 수가  없었거든요. 다들 알잖아요? 그리고, 이 정도 물음표는 있어줘야 앞으로 커피 한 잔에 녹여 먹을 단어들이 좀 더 많아지죠.

어쨌든, 저는 요즘 ‘졸업’이라는 단어에게서 꽤 다정하게 뒤돌아 보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와 같이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제가 이렇게 졸업이란 단어를 매만지고 있는 걸 보면 조금 웃길 수도 있겠네요. 왜냐면 저는 학교에서 정말 딱 수업만 듣고 떠나버리는 학생이었거든요. 애정이 없어 보였죠. 그런데 이제서야 ‘졸업’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고백하건대, 저는 학교에 애정이 없지 않았아요. 단지 선택을 한 것뿐이었습니다. 내 분수에 맞게 살자는 선택.

죄송하지만, 돈의 분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생각의 분수에 대한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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