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쉼과 연결의 시간

기억의 소리만 남았다.

by 안명심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찾아왔다.

달력에 붉은 글씨로 표시된 명절이지만, 내 마음은 그다지 붉지 않다. 오히려 회색빛 고요함이 집 안을 감싸고 있다. 아침부터 조용하다.

TV에서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냉장고 안에는 갈비와 약간의 과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하루가 조금 느리게 흘러갈 뿐이다.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은 어둡고 나뭇잎은 가볍게 흔들리고 비가 내리고 있다.


젊은 날, 그 분주했던 명절의 풍경이 떠오른다.

쉼이 아닌 움직임이었다.

이삼일전에 시댁에 올라가 새벽부터 나는 전을 부치고, 어머니는 제수용품을 준비하셨다.

거실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과일 냄새가 섞여 온기가 되어 피어올랐다.



그때는 그 분주함이 버겁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소란스러움이 그립다.

어른들의 말소리, 음식 냄새, 웃음과 다툼까지도.

그 모든 것이 연결이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사람들과의 연결,

조상과 현재를 잇는 의례의 연결,

그리고 나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감정의 연결.

그 연결이 있었기에, 명절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었다. 삶의 중심을 되짚는 시간이었다.


올해 추석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마음이 허전하다.

가족은 흩어져 멀리 있다. 마음도 멀게 느껴진다. 각자의 바쁨과 거주 지역이 명절마저도 개인적인 시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연결은 느슨해졌고,

쉼은 고요를 넘어 적막으로 변했다.

물론 시대가 변했고, 삶의 방식도 달라졌으니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분주함이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구름 뒤 어딘가 숨어 숨 쉬고 있을 둥근 달을 그리며

오래전 부엌의 불빛을 떠올린다.

비 내리는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이. 달 대신

나를 비춘다.

그 얼굴 속에 젊은 날의 내가

식용유 냄새,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머니의 손끝.

사라진 기억의 소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움은 연결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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