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하숙집 터에서
돌담이 낮은 목소리로
밤마다 별의 소식을 속삭이던 그 골목
누상동의 한 칸 방에는
아직도 시 한 줄이 누워있다
창문은 낡은 시집처럼
한 장씩 바람에 넘겨지고
잊힌 언어의 부스러기들이
책상 위를 맴돈다
묵은 잉크 자국은
아직도 마르지 못한
울음의 결로 남아
누군가의 고요를 적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대보다 먼저 늙어버린
청춘 하나가 문지방에 생각을 걸어두고
떠오르는 문장들이
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창문 밖으로 스치는 바람에도 시인의 숨이 묻어 있었다.
서촌의 오후는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정지해 있었고, 그 길을 오르는 나는 낯선 듯 친숙한 청년의 마음을 더듬고 있었다.
그가 남기고 간 언어는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별 하나가 그를 닮아 빛나고, 그 빛을 바라보는 나 또한 스스로에게 묻는다 —
‘나는 지금 어떤 어둠을 건너고 있는가.’
서촌의 빈방은 그에게는 망명지였고,
나에게는 사유의 방이었다.
시인은 떠났지만, 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 집터를 가만히 바라보니, 여전히 그의 펜 끝에서 물결이 번지고 있는 것 같다
ㅡ서촌의 오래된 하늘 아래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