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역을 지나는 중

오늘의 감각 스케치

by 안명심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 넣었다.
현관문 손잡이가 유난히 차갑다.

순간, 오늘 수업은 포기할까? 생각한다
그냥, 문을 열었다.
​와.
차가운 공기가 벽처럼 서 있다.
한 걸음 내딛자마자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피부에 닿는 모든 감각이 바늘처럼 뾰족하다.
어제 입었던 얇은 스웨터 위로 조끼만 걸쳤는데,
부족했다.

​거리로 나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폴라를 코위까지 잡아당기고 조끼의 양털 깃을 세웠다.
눈만 겨우 내놓고 걷는다.
​발걸음 소리가 난다.
운동화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횡단보도 앞.
사람들이 멈춰 섰다.
파란불을 기다린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고요한 인내의 시간이다.

목덜미로 바람이 스민다.
트레이닝 바지 천이 시멘트처럼 차갑게 다리에 붙는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주머니 안쪽 천도 이미 차갑다.
손가락 마디가 금방 뻣뻣하게 굳는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코끝이 아리다.
폐까지 시린 공기가 들어찬다.
하, 하고 입김을 불었다.
우유처럼 뽀얀 김이 공중에서 잠시 머물다.눈앞에서 사라진다.
다시 한 번 불었다.
또 사라진다.



​하늘이 낮게 가라앉아 있다.
무거운 회색빛이다.
며칠 전까지 잎을 매달고 있던 나뭇가지가
이제는 검은색 선이 되어 하늘을 긋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전선이 작게 우는소리를 낸다.
보도블록 틈에 고였던 어젯밤의 물기가
얇은 살얼음마냥 반짝인다.


누군가의 구두에 마른 잎이 밟힌다.
파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어깨가 저절로 목 안으로 움츠러든다.
발바닥에서부터 냉기가 스며 올라온다.
카페 창문 안쪽은 따뜻한 노란 불빛이다.
사람들이 뜨거운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다.
나는 그 따뜻한 풍경 앞을 지나간다.


수업이 열릴 교실을 생각하며
창문이 닫힌 공간의 온기를 생각한다.



지금은

겨울 역을 지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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