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무는 사랑
잔을 들어 올리자 미묘하게 달아오른 온기가
손끝을 감싼다.
뜨겁지 않고, 그렇다고 식지도 않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악수처럼 적당히 따스하다.
코끝에 스치는 향은 날카로운 쓴맛을 덜어낸 대신 은은하게 번지는 흙내음 같다.
빗방울이 스며든 흙길을 걷다 문득 멈춰 서는 순간의 숨결처럼, 깊고도 조용하다.
입술이 닿자 부드러운 액체가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온다.
혀끝은 쌉싸래한 맛을 기억하지만, 심장을 두드릴 맹렬함은 없다.
그 대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길목마다 잔잔한 온기가 깃든다.
마치 내 안의 어지러움을 조용히 눌러주는 손길 같다.
나는 이 잔에서 날 선 세상 대신,
부드럽게 번지는 음영을 마신다.
소란은 사라지고, 고동은 가라앉는다.
내게 남은 것은 고요와 향기, 그리고 묵묵히 나를 감싸는 따뜻한 어둠.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