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견

by 안명심

현관문 앞. 작은 발톱 소리가 들린다
내가 모자를 집어 드는 순간, 솔의 꼬리가 현관문에 부딪히며 탁탁 소리를 내고 있다
목줄을 손에 들기도 전에 숨소리가 이미 가빠진다.
몸을 들썩이며 먼저 대기 중이다.
문이 열리기를 재촉하는 눈빛,

몸 전체가 기다림이라는 단어로 변해있다.


"산책 갈까." 귀가 번쩍 선다. 눈동자가 번쩍인다.

짧은 발이 바닥을 긁으며 소리를 낸다.


길로 나서니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솔은 코를 바닥에 붙인다. 낯선 냄새로 가득하다. 오래된 신문지 냄새, 풀잎에 맺힌 물기,

지나간 고양이의 흔적. 짧은 발이 멈출 때마다

나도 발걸음을 멈춘다.

목줄이 팽팽해졌다 느슨해졌다를 반복하며

솔의 몸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내 그림자도 함께 흔들린다.



골목 모퉁이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에 코를 대고, 버려진 종이컵을 한참 들여다본다.

솔이 냄새를 읽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다.

밖의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새로움 앞에서

솔의 눈빛은 어린 강아지 때와 다르지 않다.
햇살이 털 위로 내려앉는다. 빛이 희끗한 털결을 따라 흘러내린다.

젊을 때의 윤기와는 다르다.

마른 잎사귀 위에 내려앉은 빛 같다.

그러나 꼬리의 떨림은 여전히 빠르다.

풀잎이 바람에 흩날리듯, 온몸이 흔들린다.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남편 곁으로 달려간다.

그의 허리 옆에 몸을 붙인다. 다시 이름을 부른다.

"솔~"
"솔~~"
잠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고,

이내 그의 온기에 안착한다. 집안에서의 솔이 자리는 거기가 된 듯하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고개를 들면, 텅 빈 옆자리가 보인다.

예전에는 늘 솔이의 숨결이 닿던 자리다.

책상 위 종이가 흔들릴 정도로 들숨과 날숨이 이어지던 순간. 이제는 바람만 스쳐간다.

나는 다시 옆을 보다가 쓸쓸한 적막을 느낀다.

밤이 깊어가면 발톱 소리가 다시 집안을 돈다.

탁탁, 탁탁, 짧은 리듬.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박자. 냉장고의 웅웅 거림보다, 벽시계의 초침보다

더 분명하게 귀에 들어온다.

나는 그 소리에 안도한다. 살아 있다는 신호음이

오늘도 이어진다.


베란다 창가에 난간이 넓게 거실 바닥을 스친다.

그 위에 솔이 무심히 밖을 본다

한줄기 빛이 털 위를 건드린다.

빛과 그림자와 털결이 한 덩어리로 흔들린다.

바람이 불면 그림자가 흔들리고, 솔은 눈을 감은 채 몸을 맡긴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본다.

말없이. 남편이 의자에 앉으면 솔은 옆에 앉는다.

나를 향한 꼬리의 인사는 짧다.
나는 섭섭하다가도 웃는다. 그래, 누군가의 곁에서 안정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아닐 뿐!

솔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 둘을 나누어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게 들린다.

표정도 읽는다.

나이 듦에 눈물을 짓다가 다시 웃는다

산책할 때만 내게 오는 솔이

왜 나에게 오지 않는지, 왜 남편 곁에만 있는지.

왜 변했는지, 궁금하지만 알 수가 없다.


오늘도 나는 본다. 걷는 모습, 눕는 자세, 잠든 얼굴.
솔의 숨결이 방 안을 채운다.

그 숨결이 있는 한, 이 집은 언제나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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