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은 거스르면 다칩니다.
하이파이브를 하면 ‘착!’하고 잘 맞는 순간이 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두 손바닥의 타이밍이 잘 맞았을 때 나는 소리가 ‘착!’이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상황 관계에도 ‘착’ 소리가 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관계들에서 ‘착!’ 이 되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잘 맞아야겠지만 무엇보다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한다.
나의 딸은 임신될 만한 확률이 굉장히 낮은 상태에서 생긴 아이였다. 얼마나 그 타이밍에 나와야 했으면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나왔을까 싶어 갑작스러운 임신이었지만 그 소식을 꽤 귀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 전남편과 이혼에 대해 누군가 우리에게 그랬었다. 둘은 타이밍이 너무 안 맞았다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모든 것이 불안했던 둘은 누구 하나 서로를 품어줄 여유가 없었다. 서로가 모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관계에서는 타이밍이 너무 안 맞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최근에 호감을 갖고 연락을 했던 이성이 있었다. 원래부터 마음에 차는 남자를 찾기 힘든 나에게는 굉장히 반가운 감정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에 그에게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고, 속으로 나는 생각했었다.
‘이 사람과는 정말 타이밍이 안 맞는 걸까?’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느껴 본 설레는 감정이라 타이밍을 무시하고, 내 멋대로 하고 싶었으나 결국에 이 관계는 잘 되지 못했다.
우리 모녀는 어제오늘 첫 캠핑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예보가 들려왔다. 친구네와 만발의 준비를 마쳤는데… 갑작스러운 비라.. 이런 비에 쳐야 할 만한 타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던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들도 기대하고 있고, 다른 준비는 다 해놨으니 이러저러한 대안을 세우며 그냥 우중 캠핑을 즐겨보자 했다.
타이밍이 안 맞고 있음을 느꼈지만, 첫 캠핑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이를 거스르고 싶었다.
당일 아침, 캠핑장에서 연락이 왔다. 호우 주의보가 내려져 캠핑장을 폐쇄했다고.. 환불을 해주겠다고 오지 말란다. 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아쉬웠지만 지금 이렇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역시 안 맞는 타이밍은 거스르려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슬렀었다면 지금쯤 뉴스에 나왔겠지..
기대했던 감정이, 상황이 타이밍 탓에 좌절될 때마다 마음이 많이 쓰라리곤 한다. 그러면서 타이밍을 거스를까 고민도 하고, 무시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타이밍은 역시 인간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닌 것 같다.
타이밍 앞에서 무너질 때마다 나는 경이로운 타이밍이 나에게 있었음을 상기시키려 한다. 나의 딸이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나에게 와야만 했던 그 타이밍 말이다.
그 ‘착!’ 소리 나는 타이밍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주며 살고 있으니 맞지 않는 타이밍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바라본다. 앞으로 내 삶에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착!’ 소리 나는 타이밍이 더 많이 오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