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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릭Langlic Oct 17. 2024

지옥에서 12개 국어 배우기

어쩔지 고민 중인 시리즈-0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옛날, 책벌레 하나가 살았습니다. 다른 책벌레들처럼 밤낮을 새워 마음에 드는 글자를 갉고 또 갉아먹으며 자라나면서, 그것은 더 많은 활자, 더 새로운 책을 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원래 무언가에 중독되었을 때 욕망은 끝이 없는 법입니다. 더욱이 이 세상의 지식과 이야기라면 한 사람이 평생 전부 흡수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자원이니까요. 그 책벌레는 점점 더 원했고, 초중고의 생활기록부에 '독서량이 많다'라는 12개의 영원한 낙인이 남았지만 오히려 모자라다고 느꼈습니다. 돈을 벌고 세금을 내야 하게 된 어른 책벌레는 여러 세상을 거치며 다른 종(種)이 가지고 있는 활자를 발견하였지만, 그들은 뜻을 모르면 예쁜 장식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먹어치울 수 없는 책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그 활자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배운다기보다 먹어버리기에 가까웠지만 비로소 책벌레는 다시금 행복을 느꼈습니다. 아직, 더 부족하지만요. 이건 이야기를 먹는 욕망의 이야기입니다.


무수한 출장과 여행을 다니며 그렇게 모아 온 책이 약 12여 개 국어 어치가 되었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부터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노르웨이어, 말레이시아어 등 온갖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들이 쌓여갔습니다. 국내에도 출간되었고 아는 책이지만 그저 낯선 언어로 번역된 책도 있고, 국내에 전혀 들어오지 않은 외서들도 있습니다. 언어든 책이든 그저 읽고 싶었을 뿐이라 보이는 대로 가져오고, 내용도 모르고 가져온 책도 많습니다. '읽기 위해' 언어를 익히니 어느 순간 언어 간의 시냅스가 느껴져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며 즐거워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아무렇게나 사들인 책을 아무거나 하나 골라도 제 업무 생활에 결부할 구석이 있다는 것이었지요. 어차피 책도 사람이 쓴 사람의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회사만큼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소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요새 국내에 일본, 대만 등처럼 늘어난 가챠샵처럼 책벌레답게 책을 가챠하여 직장 생활에 빗대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모르는 언어로 가장 익숙한 것을 이야기하니, 쉽게 말하면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가 될 듯도 합니다. 하나씩 발굴하고 소개하다 좋은 외서를 만났을 때, 국내에 출간되면 가장 반갑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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