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사색
사색의 필요조건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짐"을 의미한다. 사색을 잘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깨우친다. 종사하는 분야와 상관없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물건, 상황, 기억들을 사색하는 것은 대상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제대로 사색할 시간조차 없다고 호소한다. 조용한 공간에 혼자만이 보내는 시간 속에서 사색하길 원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 더 집중하기 위해, 또 생각의 끝을 잡기 위해서다.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간이나 시간 따위가 아니다. 사색에 필요한 조건이 공간과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색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
첫 번째, 사색할 대상이다. 생각이 깊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어떠한 사람은 자신이 사색에 빠져 잠 못 드는 줄 안다. 그 사람에게 어떤 생각을 깊이 하는지 물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명확한 대상 없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대로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사색이 아니다. 그저 생각의 흐름이다. 사전적 의미로만 생각해봐도 1. 어떤 것에 대하여 2. 깊이 생각하고 3. 이치를 따지는 것 중, 2번 "깊이 생각하고"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색에는 깊이 생각할 대상이 필요하다.
두 번째,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다. 앞서 사색에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 이유이다. 사색에 필요한 공간은 조용한 곳이나 혼자만 있는 곳이 아닌, 지금 자신이 위치한 그곳이다. 마찬가지로, 사색에 필요한 시간은 지금이다. 다시 말해 사색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고 사색은 할 수 없다. 사람이 한 가지에 몰두하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실제로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던 생각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더 높은 중량의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듯이 더 깊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생각하는 힘, 즉 염력(念力)이 필요하다.
갑자기 초능력 얘기가 나온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염력은 불교에서 말하는 오력(五力) 중의 하나로, 그 의미는 "한 가지에 전념하여 그로써 장애를 극복하는 힘"이다. 건강한 사색을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염력이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이치를 따질 수 있는 현명함이다. 인간이 현명함을 얻기 위해서는 숱한 경험을 가져야 하고, 많은 책을 읽어야 하며, 올바른 배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요구하는 현명함은 조금은 다른 것이다. 합당한 것을 가리는 것,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옳고 그름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자기의 견해로 합당한 이치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인데,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힘 역시 자기에게서 나온다. 즉, 현명함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의 존재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심사(深思)한다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심사(深思)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일을 심사하고, 어떤 사람은 물건을 심사하며, 또 어떤 사람은 자연을 심사하기도 한다. 그렇게 일을 발전시키고 물건의 질을 향상하며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색은, 특히 건강한 사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밝힌 사색의 세 필요조건 중 마지막, 자기를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 경험, 억압시켜 온 것들, 현재의 모습 등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돌아볼 줄 모르면 심사는 사색이 될 수 없다.
어떤 대상을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느낌이나 생각이다.
그 대상을 깊이 생각하는 심사(深思)는 염력(念力)을 키워 습관처럼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어야 한다.
대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자신의 올바른 견해로 현명하게 이치를 따지는 것이 바로 사색이다.
사물이나 자연, 인간을 심사하기 전에 자기를 심사하여 현명함을 얻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이는 곧, 사색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