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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wsunc Aug 25. 2022

소재와 주제의 차이를 아시나요?

13년차 기자의 '기자가 글 쓰는 법' 2회


추신 : 혹시 1편 보고 오셨나요? 아니라면, 여기서 보고 오세요!


앞으로 이런 순서로 써보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글이 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 가지, 주제와 구성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성인 독자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아이를 둔 양육자 분이라면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세요.


그리고 나면 다음은 단락쓰기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짜장밥이 나왔다. 맛있었다’ 이렇게 한 두 줄짜리 글을 쓴다면 이 부분에 주목하세요. 성인 독자 중에서도 “막상 쓰려고 하면 쓸 말이 없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요긴하실 겁니다.


마지막은 띄어쓰기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이건 제가 저희집 어린이와 어린이의 친구랑 함께 공부할 때(휴직했을 때 같이 읽고 쓰는 공부를 했었어요) 썼던 방법인데, 써보니 효과가 확실했어요. 이 부분은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를 키우는 양육자 분들이 꼼꼼히 보시면 좋겠습니다.(저는 이런 순서로 쓰려고 하는데요, 혹시 먼저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 부분을 먼저 쓰면 되니까요!)


소재와 주제는 다르다, 알고 계셨나요?


‘무엇을 말할 것인가’, 바로 주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글을 다 쓰셨다면,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래서, 야마가 뭐야?” 대답할 수 있다면 통과입니다.


그런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는, 그러니까 '주제’를 못잡는 분이 허다합니다. 어른이고 어린이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분들을 곰곰히 들여다 보면, 하나 같이 ‘주제’와 ‘소재’를 헷갈려 합니다. 여러분은 주제와 소재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계신가요?


제가 지난번 글에도 언급했던 ‘최순실의 태블릿 PC’는 소재입니다. 그럼 주제는 뭘까요? 태블릿PC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사인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죠.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찾았습니다”라고 기자가 보고하면 선배는 이렇게 물을 겁니다. “그래서, 야마가 뭐야?” 맞잖아요. 최순실 태블릿PC를 찾았는데 어쩌란 건가요? 태블릿PC 없는 사람 어딨다고요. 소재만 가지고 있다면, 한 줄도 쓸 수 없습니다. 아, 한 줄은 쓸 수 있겠네요.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찾았다”라고요.


아이가 여름방학에 대해 쓴다고 해볼게요. 여름방학은 소재입니다. 글을 쓰려면 ‘여름방학’이란 소재에서 하나의 주제, 그러니까 메시지를 건져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여름방학에 제주도에 가서 바다 수영을 했는데 너무 즐거웠다”는 식의 메시지 말입니다. “여름방학에 제주도에 가서 바다 수영을 했는데, 쓰레기가 많아서 보기 안좋았다”는 식의 메시지도 좋고요. 이제 소재와 주제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가 가시죠?


그럼 이번엔 어른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당신은 마케터입니다. 유명한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밀레니얼이 많이 쓴다는 인스타그램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소재일까요, 주제일까요? 맞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소재입니다. 그럼 주제는 뭘까요? 인스타그램을 분석한 결과, ‘인스타그램은 과시형 SNS다’라는 식의 메시지가 주제가 되겠죠. 


좀 더 어려운 문제를 드릴게요. 이번엔 여러분이  ‘브런치에서 터지는 글을 쓰는 법’을 쓰려고 해요. 이건 소재일까요, 주제일까요? 좀 헷갈리시죠. 이건 주제입니다. 그럼 여기서 소재는 뭘까요? 바로 ‘브런치’입니다.


이제 소재와 주제가 어떻게 다른지 감이 오시나요? 주제는 메시지입니다. 문장으로 쓸 수 있어야 해요. 소재는 그 메시지를 끌어내게 한 계기입니다. 사물이나 사람 같은 게 될 수도 있고, 어떤 장면이나 현상이 될 수도 있죠. 같은 소재로 수백가지 주제가 나올 수 있어요.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데 수백가지 소재를 가져다 쓸 수도 있습니다. 소재와 주제는 글쓰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죠.


그렇다면 글에서는 소재가 중요할까요, 주제가 중요할까요? 제가 글이 완성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로 무엇을 꼽았는지 떠올려 보세요. 주제가 중요합니다. 결국 여러분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언가를 설명하거나(인스타그램은 과시형 SNS다), 여러분의 생각이나 결정을 전달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브런치에서 터지려면 구체적인 하우투를 담고 있어야 한다)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집중해야 하는 건 소재가 아니라 주제인 거죠.


소재는 글에서 어떻게 활용되나?


그렇다고 소재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기자들 역시 소재를 찾아 다닙니다. 대표적인 게 인터뷰죠. 재밌을 것 같은 인터뷰이를 찾아 다닙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찾아가기도 하고, 대학에 몇 억을 기부한 김밥집 할머니를 찾아가기도 하죠. 이런 사람들은 소재입니다. 그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으면서(인터뷰를 하면서) ‘주제’를 건져올리죠. 기자들이 소재를 찾아다니는 것의 의미가 뭘까요? 주제가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할만한 소재를 통해서 발화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말을 글을 쓰는 상황에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여러분은 마케터입니다. 글을 쓰려고 해요. 내가 제일 잘 아는 게 SNS 운영 노하우라고 해볼게요. ‘어떻게 운영하면 빵빵 터질까?’ 이건 주제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카카오스토리 운영 노하우를 쓴다고 해볼게요. 사람들이 많이 볼까요? 인스타그램 운영 노하우를 쓴다면 어떨까요? 훨씬 많이 보겠죠? 맞습니다. 소재는 이렇게 활용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게 뭔지,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게 뭔지 그런 걸 계속 생각하면서 그걸 물고 글을 기획하는 겁니다.


소재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여러분이 독자라고 생각해보세요. ‘SNS 운영 노하우’를 볼 것 같은가요, ‘인스타그램 운영 노하우’를 볼 것 같은가요? 당연히 후자를 보겠죠. 구체적인 소재를 채택하는 건 반응할 확실한 독자를 안고 시작하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운영 노하우’는 트위터를 운영하는 사람은 안보겠지만,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은 확실히 보는 글이잖아요. 반면 ‘SNS 운영 노하우’는 트위터 계정 운영자도,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도 안볼 확률이 높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소재는 구체적일 수록 좋습니다.


자, 여기까지는 솔직히 다른 글에서도 볼 수 있는 얘깁니다(물론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걸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부터는 확실히 다른 데서는 못보는 걸 얘기해드릴게요. 여기서부터는 어린이를 키우는 양육자 분들도 주목해서 보세요. 소재 찾는 방법을 알려드릴 건데, 어린이와 직접 해볼 수 있거든요. 소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만다라트만 있으면 소재를 찾을 수 있다


‘만다라트’ 알고 계신가요? 아마 여러분이 IT업계에서 일하고 계신다면 익히 들어 아실 겁니다. 컨설팅업계에서도 많이 쓰는 것 같고요. 저는 2017년 말에 이 개념을 처음 알았어요. 폴인 만든다고 막 준비할 때였죠. 그때도 정말 여러 서비스를 들여다 보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그때 ‘창업 만다라트’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만타라트는 이렇게(아래) 생겼어요. 가장 가운데 키워드를 넣고, 나머지 8개 칸에 그 키워드에서 파생된 키워드를 써넣는 식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툴입니다. 바로 이걸 가지고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가지고 제가 해볼게요. 먼저 가장 가운데 ‘여름방학’을 씁니다. 그리고 여름방학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걸 나머지 빈 칸에 써보는 거에요. 양육자라면, 아이가 힘들어 할 때 힌트를 주세요. “여름방학 때 했던 일을 떠올려봐” 이런 식으로요.

이제 8개 칸에 쓰여진 단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고릅니다. 제 만다라트엔 이번 방학 때 어린이랑 갔던 곳을 썼는데요, 저는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고르려고요. 어린이가 가장 뜨겁게 반응한 이벤트였어요(기획자로서 뿌듯했습니다). 자, 어떤가요? ‘여름방학’을 가지고 쓰는 거랑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가지고 쓰는 거랑 완전히 다르겠죠? 소재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이번엔 어른의 글을 예로 들어볼게요. 저는 주로 인터뷰를 하잖아요. 가장 최근에 인터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리고 있는 김효진 작가 인터뷰였는데요. 김효진 작가님을 찾을 때 이런 식의 만다라트를 그렸어요(물론 저는 실제로 그리진 않았습니다. 머릿 속에서 그릴 만큼 익숙해졌거든요). 시작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밀레니얼 양육자를 타겟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hello! Parents’라는 팀에서 일합니다. 양육자라는 타겟이 좋아할만한 걸 중심으로 소재를 찾는다는 걸 미리 말씀드려요.

저는 이 중에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양육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트위터 타임라인(저는 트위터 애호가입니다!)에서 김효진 작가님의 웹툰이 리트윗 되어 왔던 기억을 떠올렸죠. 이제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면서도 핫한 소재를 찾는 방법, 확실히 아시겠죠?


주제도 만다라트로 해결할 수 있다


자, 소재를 찾았다면 이제 주제를 잡을 차례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쓸 글에서 가장 중요한 거죠. 이것도 만다라트로 찾을 수 있어요. 만다라트는 생각을 확장할 때 쓰는 툴이기 때문이죠. 제가 한 번 해볼게요. 김효진 작가 인터뷰를 가지고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시작해 자폐 아동을 키우는 양육자로 좁혔어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한 번더 생각을 끌고 나가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일상을 웹툰으로 그리는 김효진 작가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제 소재를 주제로 전환해줄 만다라트가 등장할 타이밍입니다. 먼저 만다라트 가장 중간에 소재(김효진 작가님)를 씁니다. 그리고 김효진 작가님을 만나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 즉 물어보고 싶은 걸 정리합니다.

이렇게 소재를 주제로 전환하는 겁니다. 저는 소재를 주제로 바꾸는 만다라트를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 때 씁니다. 인터뷰 가기 전에 주제를 정해놓고 가는 것이죠. 이걸 가지고 취재를 해서, 가장 눈길을 끌고 참신한 주제를 글 전체의 주제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글의 각 단락을 형성하도록 구조를 짜면 되죠(글을 구성하는 법은 뒤에 또 차차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구성할 때는 만다라트보다는 마인드맵이란 툴이 더 잘 맞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번엔 좀 쉬운 소재로 해볼게요. 양육자 분들에게 요긴하게, ‘여름방학’이란 소재로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끌어낸 그 걸로 주제 만다라트를 그려보겠습니다. 양육자 분들은 아실텐데요, 이 뮤지컬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동네 오래된 목욕탕에 갔다가 자기가 선녀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는 이야기죠. 양육자 여러분이 뮤지컬을 보고 난 뒤 아이에게 일기나 감상문을 쓰게 하고 싶다면 바로 이 만다라트를 활용하면 됩니다.


먼저 가장 가운데 소재(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씁니다. 그리고 느낀 점이나 인상적이었던 걸 쓰게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재미있었다’ ‘신기했다’ 같은 추상적인 평가를 쓰게 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쓰면 “왜 재밌었어?” 하고 물어보고, 그 포인트를 쓰게 하세요.

이렇게 아이가 썼다면, 그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하면 됩니다. 그게 글의 가장 큰 주제가 되는 거에요.



주제를 찾았다면, 이제 구성이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는 현재 밀레니얼 양육자를 타겟으로 한 'hello! Parents'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여기 와서 읽기 쓰기 교육을 하는 김성효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깜짝 놀랐던 게, 김성효 선생님도 만다라트를 가지고 쓰기 교육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김성효 선생님은 '연꽃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쓰고 계셨지만, 사실은 똑같은 겁니다. 쓰기는 결국 생각을 펼치고, 구성하는 거라는 점에서 만다라트나 마인드맵(김성효 선생님은 마인드맵은 쓰지 않으셨지만, 마인드맵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인터뷰할 때 마인드맵 쓰는 것도 여쭤 봤거든요)처럼 생각을 확장할 때 쓰는 툴이 좋은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은 선생님도 쓰는 검증된 교육법입니다!).


자, 주제를 찾았다면 이제 글을 쓰면 됩니다. 그런데 주제 한 줄 가지고는 글을 쓸 수 없죠.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안써지는 건 그래섭니다. 이제 우리는 막 하고 싶은 말을 정했을 뿐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다른 ‘말’들이 필요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글의 큰 주제고, 다양한 다른 말은 그 주제를 뒷받침하고 강화하는 작은 주제입니다. 이걸 찾는 게 바로 다음 단계죠. 그리고 그걸 찾은 다음엔 어떤 순서로 그것들을 쓸지를 정해야 합니다. 바로 이게 구성이죠. 이건 다음편에 공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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