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모든 것을 쏟은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더 잘 될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두 눈 퍼렇게 보면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런 선택을 했다.
감히 예상치도 못할 심정으로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함께 키보드 소리가 들리고 한숨소리가 섞였지만 사람의 흔적과 온기가 있던 지난 사무실과 달리 무엇을 채워도 헛헛하고 조금은 침침한 조용한 사무실.
그녀는 그곳에서 다시 무언가를 만든다. 너무 작지도 또 너무 크지도 않게.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는 심지로 또 그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누군가에겐 흘러갈 그녀의 속마음과 꿈을 나는 알 길이 없다.
눈물을 제대로 흘려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한 그녀가 그저 술잔을 기울이며 뱉는 숨 같은 욕들이라도 조금은 숨구멍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녀의 천년 같은 하루들이 여전히 어깨에 매달려 그렇게 진득하게 뭉쳐지고 있었다.
그녀의 장난 반 진심 반 같은 안마 부탁에 어깨를 주무르고 있자면 그렇게 단단하고 아픈 근육들이 그녀가 쉬지 않고 무거운 타이어 같은 삶을 끌고 왔음을 조심히 유추할 뿐이다.
내일이 10분도 안 남은 이 시각. 나는 어두운 공간에 모니터만 밝게 비친 책상에 앉은 그녀를 익숙하게 그려본다. 조금씩 남아있는 커피들 사이로 그녀의 손은 바삐 움직인다. 오늘도.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