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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범생 May 07. 2021

스물 여덟, 우리는 부동산에 갔습니다

아파트 가격도 할인이 된다

안녕하세요. 집 보러 왔습니다.

우리 주변에 부동산이 정말 많습니다. 편의점이나 미용실만큼 많은 것 같습니다. 편의점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고, 미용실도 한 달에 한 번은 갑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몇 번이나 갈까요? 부동산이라는 곳, 가까운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질까요.


아내의 손을 잡고 @@아파트 상가로 갔습니다. 부동산이 세 곳이나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앉아 계신 부동산 사장님들을 한번 쓱 둘러봅니다. 안경을 낀 깐깐해 보이는 여사장님, 동글동글 숏컷에 파마를 하신 여사장님, 모니터를 열심히 보시는 남사장님. 각자 부동산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어느 분이 친절하실까 고민을 하다 동글동글 숏컷 여사장님의 부동산 문을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집 보러 왔습니다."


기죽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전세, 월세 구하러 부동산을 갈 때는 큰 고민 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집을 사려고 부동산에 들어오니 생각보다 긴장됩니다.

 

'혹시나 돈이 이것밖에 없는데 집을 어떻게 사냐고 면박을 주시면 어떡하지'

'괜히 남들보다 비싸게 안 좋은 집을 사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걱정들이 앞섭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살 때 통장에 돈이 전부 다 있지는 않습니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죠. 또, 부동산에서 안 좋은 집을 비싸게 소개해 주면 안 산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손님이니까요.


걱정과는 달리, 그래도 부동산은 잘 골라 들어왔습니다.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주십니다. 앉아서 아파트 단지 설명을 듣습니다. 오래됐지만 최근에 엘리베이터도 교체하고, 배관도 전부 새 걸로 바꿔서 녹물도 안 나온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입주 가능한 물건이 한 개밖에 없답니다.


입주물? 투자물?

그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집을 사도 그 집으로 이사를 못 갈 수도 있다는걸요. 제가 집을 사고 이사를 들어갈 수 있는 매물인 입주물과 세입자가 살고 있어서 입주까지 기간이 남은 갭투자용 투자물이 나눠져 있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문제는 입주물이 투자물보다 천만 원에서 이천만 원 정도 비싸다는 점. 대신 투자물을 싸게 산다면 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세입자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다른 데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장에 전세금을 빼고, 나머지는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사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딱 하나 남았다는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외관이 다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파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오래된 아파트라는 걸 점점 실감합니다. 1층 현관에 도착했을 때, 복도식 아파트의 낡은 복도가 주는 어두운 분위기는 ‘이 집을 보러 가도 되나’라는 의심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생각이 바뀝니다.

최근에 교체한 엘리베이터는 무척이나 깨끗했고, 심지어 안에 광고가 나오는 TV가 있었습니다. 여느 최신 아파트나 다름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다시 이 집에 대한 희망이 생깁니다. 그리고 도착한 하나뿐인 매물. 집 상태가 너무 좋습니다. 2년 전 집주인분이 새로 교체하셨다는 마루와 샷시, 내부 인테리어도 어느 정도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가 집을 괜찮아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집은 얼마예요?

집도 오케이, 이사 일정도 오케이입니다. 다시 부동산으로 갑니다. “그래서 이 집은 얼마예요?” 부동산 사장님에게 물어봅니다. 사실 시세는 네이버 부동산으로 먼저 알아보고 왔습니다. 이 집은 주변 시세보다는 약간은 비싼 편이었습니다. 비싼 가격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사장님은 가격을 좀 깎아보겠다고 말해주십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파트 가격도 깎을 수 있는 거구나. 생각해보면 집은 집주인이 내놓기 나름입니다. 정해져 있는 가격이 아니고 파는 사람이 내놓은 가격을 사는 사람이 받아들이면 그게 시장 가격입니다. 다 사람 사이 일입니다. 우리가 집을 사고 싶은데 조금만 깎아주세요 했을 때 집주인이 받아들인다면 싸게 사는 겁니다. 아파트 사고 파는 거나 당근 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거나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부동산 사장님에게 연락이 옵니다. 집주인이 가격 제시안을 받아들였다고. 바로 계약금을 보내고, 계약서 쓰는 날짜를 정했습니다.


드디어 저희도 집이 생기는 걸까요.


 


집을 처음 사보면서 살고 있는 집에 아쉬움은 없지만, ‘조금 더 알아봐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부동산도 몇 군데 더 가봤으면 다른 매물도 있지 않았을까요.  주변 다른 단지도 가볼 걸 그랬습니다. 미리 단지를 정하고 집을 보느라 다른 단지에 대한 고민을 일절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더 비교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 경험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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