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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 Apr 02. 2023

여성 감독 특집

도로시 아즈너의 <댄스, 걸, 댄스>(1940)

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이번주는 여성 감독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여성 감독의 영화를 한 편 들고 왔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OTT에서 감상하실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감독이 영화사적으로 의미있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되기에 소개를 해봅니다. 참고로 오늘 소개할 감독은 얼마전 개봉했던 데이미언 셔젤의 <바빌론>(2023)에도 캐릭터로 나온 감독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도로시 아즈너의 <댄스, 걸, 댄스>(1940)입니다.



도로시 아즈너

도로시 아즈너는 1920년대에서 1940년대 사이에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며 20편의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입니다. 로이스 웨버라는 또 다른 유명한 여성 무성 영화 감독이 1934년에 영화 한 편을 만든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아즈너는 그 시대에 유일하게 헐리우드에서 활동했던 여성 감독이었습니다. 그녀는 무성 영화 시대에서 유성 영화 시대로 넘어가던 과도기적인 시기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 여성 감독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성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그녀의 업적 중 하나는 영화를 만들때 소리를 녹음하는 '붐 마이크'를 처음 고안해낸 일입니다. 당시 연출하던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연기하던 여배우가 크고 무거운 음향 장치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질 못하자 마이크를 낚시대에 매달아서 배우의 위쪽에서 녹음 장치가 따라다니게끔 하였고 이것이 붐 마이크의 시초라고 합니다.


아즈너는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남성용 정장을 주로 입고 다녔고 드레스를 입어도 여성의 몸매가 강조되지 않는 일자형 드레스를 입었다고 합니다. 당시에 매우 흔하지 않게 이런 류의 옷을 입고다닌 이유가 한 가지만으로 설명되진 않겠지만 아즈너가 지금보다 훨씬 남성중심적이었던 당시 헐리우드에서 일을 해야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배제할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적은 없지만 댄서이자 안무가였던 마리온 모건과 40여년동안 같이 살며 딱히 그 부분을 숨기고 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아즈너가 1970년대 이전까지 정말 몇 안 되는 성공적인 헐리우드 커리어를 가진 여성 감독이었던 점, 또한 동성애자였다는 점으로 인해 그녀는 페미니즘 영화 학자들과 퀴어(queer) 영화 학자들 모두에게 주목을 받고 지금까지도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즈너의 영화들은 색다른 로맨스들을 많이 다루었으며 여성간의 관계, 특히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뒤집어 여성간 유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댄스, 걸, 댄스>(1940)는 아즈너의 대표작 중 하나로서 이 영화 또한 기존 영화속 여성들간의 관계에 대한 묘사와 달리 관계 양상을 복잡화시키고 있으며 특히나 '남성적 시선'(the male gaze)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를 가지는 영화입니다.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된 두명의 댄서

같은 공연단에서 춤을 추는 사이인 버블스와 주디는 정반대의 캐릭터들로 버블스는 성격도 세고 튀는것을 좋아하며 돈 많은 남자를 찾아 결혼하려는 인물인 반면에 주디는 차분하고 성실하며 춤에 대하여 매우 진지한 인물입니다. 그들은 어느날 밤 공연을 하다가 지미 해리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둘 다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후 그들은 뉴욕에 돌아왔는데 버블스는 타고난 끼로 벌레스크(burlesque) 클럽에 혼자 고용이 됩니다. 주디를 포함한 나머지 공연단 멤버들이 일이 없어 점점 돈이 떨어져가는 와중에 벌레스크 클럽에서 눈에 띄어 더 큰 솔로 공연을 하게 된 버블스는 주디에게 자신의 들러리 역할을 시키고 돈이 절실하던 주디는 매일 밤 관객들의 야유를 들어가며 버블스를 띄워주는 들러리 역할을 계속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댄스, 걸, 댄스>(1940)는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된 두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있기는 있지만 영화는 이러한 삼각관계에 집중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아즈너는 여성 캐릭터들에 포커스를 맞춰 그 당시 영화로서는 흔하지 않게 일하는 여성의 생존과 자아실현에 대해 다루며 캐릭터들에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발레리나가 되기를 꿈꾸는 주디에게 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발레리나로서의 꿈입니다. 별에 소원을 빌때에도 주디는 지미와의 해피 엔딩이 아닌 댄서가 되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댄스, 걸, 댄스>(1940)의 엔딩 또한 로맨틱한 관계에 있는 남성과 여성의 해피 엔딩이라는 클리셰적인 결말을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댄스, 걸, 댄스>(1940)는 영화 후반부에 주디가 시선의 대상이 되는 자신들도 관객들을 보고있음을 잊지 말라고 말하며 시선의 대상과 주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더 나아가 이 장면은 사실상 영화를 보고 있는 현실의 관객들의 '남성적 시선'에 대하여 지적을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합니다. 아쉽게도 현재 아즈너의 <댄스, 걸, 댄스>(1940)는 OTT로 감상하실수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생기신다면 보시기를 매우 추천드립니다.



P.S. <댄스, 걸, 댄스>(1940)는 아쉽게도 OTT에서 감상하실수 없습니다.


P.P.S. 영화속 '버블스'를 연기한 루실 볼은 나중에 저희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유명 드라마 <아이 러브 루시>의 루시를 연기하게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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