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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Apr 10. 2024

책 <도둑맞은 집중력> 리뷰

멀티태스킹은 환상이라는 깨달음

책 제목의 '집중력'이란 말에 혹해서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전자도서관 책목록에서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어크로스 출판사)을 클릭했다. 


큰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의외로 꽤 유익했다. 사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우리가 모르는 전혀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다. 이 책의 유익함은 이미 알고 있거나 자세히는 몰라도 막연히 그럴 것 같은 추상적인 생각을 책의 저자가 나 대신 여러 객관적 자료를 찾아서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거나 전문가들의 연구나 경험을 통한 깨달음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확인해 준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내가 평소에 부족하고 잘 지키지 못해서 좌절했던 것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됨으로써 그 실패의 감정을 덜어준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나한테 매우 도움이 되고 그 역할을 다 했다. 



내가 가장 도움을 받은 점은, 멀티태스킹에 대한 내용이다. 한마디로 멀티태스킹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멀티태스킹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원래 인간의 능력은 한 번에 하나씩만 집중할 수 있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쓰거나 회신하면서 특강을 듣거나 강의 자료를 준비하며 업무 전화와 미팅을 동시에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솔직히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이 책에서든 다른 데서든 꼭 그 내용을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도 평소에 멀티태스킹이 잘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면 그것은 잘못된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멀티태스킹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할 때도 일의 전환이 잦으면 그것도 집중력을 저해시키고 전환 사이에 버퍼링을 일으켜서 집중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시 집중을 하느라 에너지와 시간 손실도 크다고 한다. 이것도 진짜 맞는 말이다. 


그래서 여러 책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일의 방식 중 하나가 이메일 작업이다. 대부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메일이 잡아먹는 시간과 집중력 방해 때문에 이메일 작업(확인, 분류, 회신 등)은 특정 시각을 정하고 작업 시간도 30분, 1시간 이런 식으로 정해서 그 시각에 무조건 끝낸다고 했다. 사실 사람마다 하는 일의 종류나 내용 등이 너무나 다양해서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이 나한테는 안 맞을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내용은 참고 정도만 하면 되는데, 이메일 작업은 누구에게나 대동소이하므로 적용해 볼 만하다. 



그리고 두 번째 유용했던 부분은 수면에 대한 내용이다. 결론은 (역시 누구나 알고 있듯이), 충분한 수면시간(최소 7시간)과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 너무 뻔한 결론이라서 이것은 모르는 결론을 알려주는 지식의 측면보다는, 오히려 필요한 수면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우리의 신체와 집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 


흔히 수면에 대해서도 환상이 존재하는데, 성공한 사람 누구는 4시간을 잤다더라 또는 5시간을 잤다고 한다더라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잠을 줄이거나 적어도 일찍 일어나서 한정된 시간을 더 건설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은연중에 늘 받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우리가 잠을 더 줄이지 못하고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해도 괜찮고 오히려 그게 신체와 집중력에는 더 도움이 되면서 이롭다고 안심시켜 준다. 그럼으로써 나의 능력에 맞게 신체리듬에 더 관대해져도 된다고 확인해 주는 점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이 외에도 이 책은 SNS의 폐해(이미 수많은 책과 방송에서 언급하고 논의가 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해 꽤 긴 지면을 할애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그 외에 음식이나 아이들의 교육 문제까지 다루고 있는데, 내용 자체는 흥미롭고 나름 유익하지만 책의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현재 자신하고 직접 관련이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한테는 참고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최소한 자신의 일상 스케줄이나 일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수정하는 계기는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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