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Nov 04. 2022
기생충 오마주로 시작하길래 당황스럽긴 했다 배우들이 죄다 겉돌아서 이 각본으로 일본에서 만들지 굳이 한국에서 만든 이유가 뭘까 그저 감독의 욕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우들이 다 각자의 연기력의 최선을 보여주는데 사실 송강호를 제외하곤 어울리지도 않는다 유명 배우 때려 넣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쓰는 게 나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대본과 대사에 있다 특히 아이유 역할은 차갑고 까칠한 심지어 살인범인데 서서히 (자기도 모르게) 마음 문을 열어야 할 캐릭터가 뜬금 다정하고 로맨틱하고 여리게 보이며 남주와도 썸을 탄다
애인을 죽이고 아기를 데리고 팔려고 도망 다니는데 너무 여유가 넘친다 심지어 다정하게 사과도 먼저 하고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멘트도 나서서 돌린다 그 정도로 마음이 열리려면 적어도 남주들과도 죽일 듯 한판 붙고 울고 불고 하며 우리 서로 다 외롭다는 걸 체득했어야 한다 그 계기가 너무 일반적인 사람들의 감정이나 상황에 맞는 흐름으로 흘러간다
보는 내내 작위적이라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그의 전 작품 '어떤 가족'처럼 날것의 느낌을 내던가 아님 아예 연극적으로 가던가 근데 이도 저도 아니고 '우리 지금 연기하고 있어요'가 느껴져서 이게 대본이 유치한 건지 배우들 합이 안 맞은 건지 애매하기도 하다 그 와중에 그 틈을 송강호가 다 메꾸는 느낌인데 배두나 대사 웅얼거리는 것도 거슬리더라 여기서도 튀는 게 초반엔 남친인지 썸남인지 귀찮아하다가 뜬금 다정하게 남편처럼 통화하는데 캐릭터들이 왜 죄다 이중인격인 건지 디렉팅이 잘못된 건지 연기의 방향성에 오류가 난 건지 의문이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일 지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통해 선과 악의 모호함을 드러내려 했다는 점은 알겠다 누가 진짜 가족인가 우리는 태어난 것이 감사한 일이다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 좋다 그러니 제발 조금만 더 매력적이게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유명한 일본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지 않고 봤다면 신인 감독 작품인데 애썼다 그렇지만 상업영화로는 별로고 독립영화라면 삐걱대는 부분들 있어도 웰메이드 정도로는 보일 것이다
그리고 개연성이나 흐름이 왜 이렇게 어설프지 이거 나만 느낀 건가 나사가 숭숭 빠진 채 굴러가는 것 같은데 솔직히 초중반에 미장센 좋았다 말고는 칭찬할 게 많이 없고 그 기차 씬 의도는 알겠는데 순간 아이유 귀신같아서 개 무서웠다
그래서 엔딩이 뭐야? 버림받은 기억 있는 배두나가 애를 대신 키웠다 매년 모두가 모여서 애를 키운다인가 판타지야 뭐야 그냥 그 좋은 양부모한테 보내던가 국가에서 아이 케어해주던가 현실적인 부분이 없네 그래서 송강호는 아이와 아이유 때문에 그 남자 죽이고 도망치는 중이라는 건가 대책 없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