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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Nov 26. 2022

도수

1

일자목이 심해지면서 두통 어깨 결림 등 요통 골반 그냥 다 아작 나더라 원인은 직업병이고 열 시간씩 앉아서 글 쓰니 아플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릴 때 가난해서 의자가 아닌 바닥에서 공부하면서 척추 측만증으로 이어졌는데_가난은 기어코 몸을 휘게 하고 썩게 하고 굳게 한다_이 모든 것이 축적되어 나는 아름다운 내 몸을 기형으로 만들어간다


2

도수치료를 받자고 생각했는데_실비에서 페이백 된다고 해도 어쨌든 비용 문제로 미뤄왔다가_오늘 처음 병원 가서 치료받는데 엑스레이로 확인한 내 뼈는 젠가처럼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3

도수치료가 이런 건가 인상기로 다리 들어 올리고 치료사님이 밟거나 두드리고 비틀기 시작하는데 BDSM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_나만이래?_ 치료사님이 달달한 보이스로 잘했어요 한 번만 더, 그렇지~이러시는데 숨이 턱 막힐 때까지 밟히고 나서 잘했어요~ 이러시면 밟히는 스위치는 기분이 묘한걸요 무튼, 우두득 우득득 아아 악악 견딜 만은 하지만 아프긴 아프다 앞으로 두 번 남았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치료받아야겠다 오래 앉으려면 내 몸부터 곧추서야 한다


4

약침과 침_얼굴도 같이 교정하자고 해서 턱도 같이 했다 광대 부러질 것 같이 누르신다 압박이라는 것이 맞는 것만큼 두려운데 ptsd 올 것만 같았다 코어 롤링하고 끝으로 수치료라는 걸 했는데 따끈한 물침대에 누워있으면 그 안에 물줄기가 몸을 마사지하는 방식, 이거야말로 힐링 그 자체라 물소리 들으면서 오랜만에 푹 쉬었다 이십 분이 오분같이 지나갔다 시간은 역시 상대적이고


5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목과 어깨가 어찌나 시원한지 내가 그동안 아팠었나 싶을 정도다 돈이 좋구나 물질이라는 것이 틀어진 몸을 바로 서게 하고 휘어진 것들도 펼 수 있는 거구나 물질로 마음을 바로 서게 할 수 있을까 올바른 안목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6

내가 변해야 타인도 변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생각이든 마음이든 말이든 몸이든

살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없다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있어도 심리적인 까닭이거나 지극히 변태스런 취향일 뿐이다 본디 인간은 시각으로 타인을 가늠하는 종족이라 아이들도 미와 추를 구분한다 이것을 애써 부정할 때

진짜 탈코르셋이 아닌 형식적인 탈코르셋을 하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절대적인 미를 추구하기보단 자신에게서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치로 살다 가는 것이다 그것은 건강을 지키는 것과도 같은 노선을 탄다


7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다

시력의 도수는 알아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나의 상태는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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