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Nov 26. 2022
1
오랜만이라는 말이 적합한지 모르겠습니다 오래라는 것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이레
그 어느 것도 기간을 감지할 수 없는 동안을
우리는 오래,
라고 부르니까요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오래,
오래라는 단어로 지속시키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2
오해라는 단어보다는 오래가 좋고
가래라는 슬픔보다는 오래가 좋으니 저는 저를
애정 하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곳에서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하고 싶은 영혼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옹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은혜도 모르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 내보일 수 없지만 스스로 비추어 볼 때 나답지 않은 아니 어쩌면 가치관과 충돌하는 나의 옹졸함을 볼 때 나는 무너지기 쉬운 뚝과 같고 마치 그럴 것처럼 마음으로 서약을 해놓고 지키기 쉽지 않아 더디 걷기도 하였습니다
4
마음을 먹는다는 것 또한 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소화가 어려운 사람들은 스스로 마음을 먹고도 체하고 과한 욕심이나 자극적인 마음은 언제나 스스로 괴롭게 할 뿐입니다
5
실수가 많았던 한 주였습니다 스스로 컨트롤되지 않는, 호르몬은 언제나 정신을 마비시킵니다 이런 날에는 가만히 글이나 쓰면 작품이라도 나올 텐데 집 밖으로 나가면 기어코 사달이 벌어집니다 순간의 착각 순간의 실수 순간의 사고 순간에 순간이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연속됩니다 이것이 모두 프로게스테론 때문입니다
6
프로게스테론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쓰고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는데 지방도 태우지 않고 우울감만 주니 이 호르몬은 제 안에 잠들어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7
이태원 사고 이후로 저는 삶과 죽음에 대한 회의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까지 뒤엉켜서 애써 감추려고 해 봐도 이따금씩 길을 걷다가 멍하니 서게 되고 버스에서도 자꾸만 내릴 곳을 놓치고 맙니다
8
가을비가 두어 번 내리고 나니 날이 더 차갑습니다
날씨만큼 마음은 춥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