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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May 19. 2024

내가 노출되는 것이 위험한 세계에서

여성이라는 굴레를 쓰고

1

아무리 누군가 물질적으로나 긍정적인 가치관으로 성공했다 해도 그래서 그를 멘토 삼는 이들이 많다 해도 여성을 대하는 애티튜드가 바뀌지 않으면 멘토가 아니라 맨플일 뿐이다


2

천박하다는 워딩을 쓰는 경우:

여성일 경우 자아가 흐리고 이성 없이는 주체적으로 못살아 '을'을 자처하며 대상화가 되는 타입에게, 남성일 경우 물질중심적,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이성을 대상화시키며 '갑'이 되는 이들에게 쓴다


3

병아찐(병신+아다+찐따); 요즘 들어 마주치는 유형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없어서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진화가 덜 된 타입들인데 그들의 공통된 악은 절대 상대방의 의견이나 감정을 묻지 않고 스스로 내린 결론이나 감정을 진실로 여긴다는 점이다


[ 자신과 연락하니 자신과 같은 마음이다, 자신과 술을 마시니 자신과 같은 마음이다 ]


이런 식의 논리를 갖고 상대방에게 당당히 주장한다

그러니 상대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스킨십 하거나

멋대로 관계를 하려 하고


[ 네가 좋으니까 만졌다, 너도 좋아할 줄 알고 만졌다, 네가 예쁘니까 그런 거다, 누나 기분 좋으라고 만졌다, (강제관계 후) 누가 그러니까 예쁘래? ]


실제로 들은 말이다 그들은

이런 무논리로 자기변명을 해댄다


4

여성이 또는 내가 스톱을 외치고 알아듣게 조곤조곤 설명해 주면, 네가 싫다고 하지 않아서 그만두지 않았다, 차라리 화를 내지 그랬냐며 피해자 탓을 한다.

가까운 관계에서 성폭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이 지점이다 상사, 지인, 친구, 가족, 썸남, 부부면 그동안의 관계가 우호적이거나 애정이 밑바탕이기에 상대가 그런 무드로 몰입하면 여성은 "꺼져, 시발롬아"를 외치기 어렵다


5

오히려 피해자 여성의 머릿속은 카오스 그 자체다

어떻게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지, 이런 상황은 싫다, 이런 관계는 싫다, 이런 모습은 실망스럽다, 이런 부정적인 거절들을 어떻게 표현하지

소극적으로 거부해도, 말로 몇 번이고 거절해도

그들은 욕하고 총 들고 위협하지 않는 이상, (어쩌면 그렇게 반응하면 사태는 심각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미 착각회로를 돌리며 흥분한 짐승들은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워한다 아예 상대가 뭘 말하는지 그것이 거절인지 거부인지 자체를 듣지 않으니까 들리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욕구만 중요할 뿐


6

가해자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사과할 줄도 모른다

A_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B _그럴의도는 아니었는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A가 사과다 B는 사과를 빙자한 자기변명이다

상대방에게 상처 줄 의도를 품고 상처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그럴의도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감정이 앞서서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말과 행동이 상처를 내게 만드는 게 아닌가 이건 모두가 아는 거다 기분이 나빴다면, 상처가 되었다면, ~다면 가정법이다 왜 이런 식의 말을 쓰냐면 결국 기저에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으니 너한테 잘못한 건 없다,라는 애티튜드가 깔려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닌데 네가 그랬다면 미안, 자기중심적인 사과다


7

모든 것이 결국 그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집착 때문이다 이기적인 것이 왜 근본적인 악이 되는지 나는 인간들을 통해 깨닫는다


8

여성으로 태어나면 성폭력의 경험치를 쌓을 수 있습니다

LV1 의사놀이하던 남자애들, 문방구사장님,

LV2 학교 앞 변태, 선생님, 학원강사, 전도사님, 좋아하던 오빠, 날 좋아하던 동생

LV3 교수님, 감금하고 강간 미수했던 셰프, 버스에서 내 가슴에 자기 팔 닿으며 추행하더니 집까지 쫓아오던 유부남, 전철에서, 붐비는 지하철 역사에서 내 엉덩이를 주무른 아저씨, 지팡이로 내 엉덩이를 치던 할아버지

LV4 차마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

놀라울 것이 없다 그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아니라 좋은 부모밑에서 자란 착하고 순한 아들이었고,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였고 존경받는 교수였고 변호사였고 작가였고 배우였고 가수였고 기획사 대표였고 자영업자였고 멘토였고 전도사였고 동네 오빠였고 옆집 할아버지였고

그들 중에는 여전히 지인이거나 친구인 경우도 있다

그런 인간들을 일곱 번의 일곱 번도 용서하고 이해하려고 애썼는데 변하지는 않더라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멋대로 생각하고 자기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일수록 외모가 그다지이었던 것도 같다 호감형의 사람이 아닌 느낌이랄까 관상이 안 좋다는 게 더 알맞을 것이다 여성들 죽인 용의자의 머그샷보다 더 그럴싸한,


10

단련되고 강해진 지금도 여전히 목숨 걸고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에 죽음 외에는 벗어날 길이 없는 여성이라는 굴레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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