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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윤 Sep 13. 2021

제주 한 달 살이 회고

나 혼자 묻고 답해 보기

  살이 어땠는지?

좋았다.


 좋았는지?

내가 많이 달라졌고, 많은 것을 느꼈다. 시간이 많으니 자세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아침 명상 습관이 생겼다.

부정적인 감정을 잘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비우면서 살고 싶어졌다.

무해하게 살고 싶어졌다.

바다를 좋아하는 만큼 산도 좋아할 수 있게 됐다.

한 번도 말 붙여 본 적 없던 타인에게도 내 마음을 가감 없이 전할 수 있게 됐다. (정말 좋았던 카페에 엽서 놓고 오기, 에어비앤비 호스트님께 바다 사진 보내기, 탑동 골목 사장님께 추천 곡 보내기, etc.)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갖가지 방법들로 마음을 잔뜩 전했고 앞으로 더 소중히 대할 수 있게 됐다.

좋아하는 것들의 이유를 더 명확히 댈 수 있게 됐다.

이두와 삼두의 성장.

느리게 살 수 있게 됐다. 천천히 차를 우리고 커피를 내리는 매력을 알았다.

감정을 끝까지 파고들면서도 평정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환경과 동물권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바다가 생겼다. 좋아하는 이유와 함께.


무엇을 느꼈는지?

온전한 쉼을 분명하게 만끽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하고,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지 않는 것. 이것이 ‘온전한 쉼’ 임을 느꼈다.

온전히 쉴 때에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빛의 아름다움이 유독 크게 와닿았다.

새로운 사람들 만나러 다니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자 집중한 게 좋았다. 관계를 넓히기보다 깊어지게 한 것.

한 달이 마무리되어 갈 즈음부터 사람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데도 나가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감정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고,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부자연스러운 노력은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쾌락의 역설. “행복하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곧 행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행복은 붙잡으려고 애쓸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행복은 부산물이지 절대 목표가 될 수 없다. 삶을 잘 살아낼 때 주어지는 뜻밖의 횡재 같은 것이다.

청소를 하면 마음이 잘 비워진다. 그렇지만 집안일은 정말 ‘일’이다. 시간 내서 해야 하는.

잡지를 좋아하는구나. 특히 인터뷰집을.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이 정말 가벼워지는구나.

전날 저녁으로 먹은 음식이 아침의 호흡을 좌우한다.

배달 음식을 비롯한 모든 플라스틱들을 최소화하더라도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내 안에 당연하게 있던 성장 욕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성장 욕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음을 깨달았다. 이제야 제대로 생각하기 시작한 건데 있던 게 없어진 줄 알았던 것.


오직 제주이기 때문에 좋았던 것이 있는지?  제주로   살이를 하기로 결정한 건지?

제주 자연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카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쉽게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그 외 특별한 분위기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간혹 아주 평화로운 동네가 있구나 싶었던 정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제주도에 살기가 좋다기보다는 ‘제주도에 있다’라는 사실이 좋아서 제주를 찾게 되는 듯하다. 내가 한 달 살이 위치로 제주를 고른 것도 그 이유. 내 몸이 제주도에 있다는 걸 자각할 때 오는 평안이 좋아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같은 ?

카페

무상찻집

길보트

스물다섯

슬로보트

초록달과자점

내도음악상가

탑동 골목

자연

이호테우

한라수목원

광이오름

책방

종이잡지클럽

밤수지맨드라미

밥집

와르다레스토랑

다소니

도토리키친


자주 들은 음악 리스트

Lamp 전곡

Kirinji - Aliens

Daniel Caesar - Streetcar

Coldplay - Adventure Of A Lifetime

Peach Pit - Tommy’s Party

Jungle Live on KEXP

92914 - Okinawa

Parcels - Tieduprightnow

Bren Joy - Henny in the Hamptons

Allen Stone - Give You Blue

이예린 - 사람은 이상하고 사랑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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