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서치 Jun 18. 2023

⌜넷 포지티브⌟를 읽고...

유니레버가 추구하는 ESG경영이란.

    이 책은 2010년에 유니레버 CEO로 부임해 10년 동안 유니레버를 이끈 폴 폴먼이 어떻게 유니레버를 ESG 기업, 목적 지향적인 기업으로 변화시켰는지와 왜 그런 변화가 필요한 지에 대해 적은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래에 적은 문단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최근 유행하고 있는 ESG경영,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것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주주 자본주의 모델에서 기업은 지역과 사회에 책임감을 지니지 않은 채, 공해나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다른 사람의 문제'로 남겨두고 오로지 금전적 가치만을 추구한다. 파타고니아의 전 CEO 로즈 마카리오가 "기업은 환경에 해를 끼친다. 기업이 책임을 지지 않을 때 그리고 그 피해를 억제하는 방법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라고 했던 지적은 타당하다. 
⌜넷 포지티브⌟, 폴 폴먼, 앤드루 윈스턴 저, 이경식 역, 현대지성, 2023. 64page

그리고 위에 인용한 내용은 이 책에서 아래 문장으로 요약된다.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진다. 
⌜넷 포지티브⌟, 폴 폴먼, 앤드루 윈스턴 저, 이경식 역, 현대지성, 2023. 65page

    사실 이 책은 "모든 것에 책임을 지기 위해" 폴 폴먼과 유니레버가 어떻게 고군분투를 했는지를 적어둔 책이라고 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보기에는 대단히 단순한 명제이고, 크게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저기서 책임을 진다는 '모든 것'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어, 과자나 라면을 만들 때 사용되는 팜오일(Palm Oil)의 경우 대부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 대부분 생산되는데, 팜오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 파괴나 강제 노동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구매하는 팜오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나 노동문제까지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다.(이를 위해 RSPO라는 인증이 생겼다.) 탄소 배출도 여기에 포함이 된다. 2021년 기준 포스코 혼자서 7,850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2021년 대한민국 탄소 배출량 6억 7,960만 톤의 약 12% 정도이다. 물론 포스코도 탄소거래제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배출하는 탄소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유럽의 기준에 비한다면 아직 부족하다. 만약 이 가격이 모두 원가에 반영된다면 당연히 철강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고, 철강을 원료로 하는 제품들의 가격도 올라갈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말은 생각보다 기업이 더욱 광범위한 영역을 살피고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폴 폴먼이 했던 일은 위에서 말한 모든 비용들을 다 반영하는 일이었다. 이 일은 회사가 미치는 영향이 어디까지인지 세심하게 파악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알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기업이 실천하기에 무척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체계 내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따라서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아주 혁신적인 방법이 있어야 달성 가능하다. 그래서 폴 폴먼은 그 첫 번째 조치로 유니레버 CEO로 부임하고 3주 뒤에 분기별 보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같은 책 76page) 분기별로 실적을 보고해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행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을 하는 것도 쉽지 않고, 주변을 설득하기란 더욱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폴 폴먼은 자신이 재임한 10년 동안 총 주주수익률 292%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처럼 유니레버가 목표한 것들과 걸어온 길들은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은 것이 많았다. 목표를 정할 때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불편하지 않으면 그 목표는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은 것이다. 불편한 목표,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을 때 기업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서 혁신을 해나간다. 이를 통해 유니레버는 2010년부터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를 실현하면서 12억 유로 비용 절감, 13억 명의 보건위생 개선,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65% 줄이는 등의 목표를 이루어 냈다. 2010년도 당시에 이런 목표들을 세우면서 얼마나 막막했을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공격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혁신이 있었고, 결국은 해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는 우선 폴 폴먼과 유니레버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폴 폴먼과 유니레버가 걸어온 길은 책에 나온 내용들이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분기 실적 발표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만 해도 이걸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더 나아가 설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유니레버가 밀어붙이는 목표를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최고 경영 책임자가 어떤 목표를 갖고 기업을 이끌어 나간다고 해도 그걸 모든 직원에게 정렬시키고, 같이 나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일은 회사 내부에 깔려 있는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믿음을 가지고 오랜 시간 추진해야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유니레버가 어떻게 어려운 목표들을 이루어 왔고, 앞으로 또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를 알아가는 것은 좋았지만, 동시에 걱정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유니레버 정도의 혁신을 해내야 진정한 ESG경영이 가능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급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2030년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게 현재 시점에서 얼마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확신도 들었다. ESG경영이야 말로 미래의 자본주의라는 생각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깻잎 투쟁기-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