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서치 Nov 27. 2022

나와 ESG(2)_지금의 자본주의와 그 대안

    예전에 기사를 보면서 ‘얘네 뭐하는 짓이지?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마존에 관련된 기사였는데, 아마존 창고에 에어컨이 없어서 노동자들이 더위에 열사병으로 쓰러져 나가는데, 에어컨을 설치하기보다는 바깥에 구급차를 준비했다는 내용이었다.


탈수나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직원들=실제로 아마존 창고의 가혹한 상태는 이미 유명하다. 지난 2011년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아마존 창고에서는 탈수나 일사병으로 쓰러진 직원이 속출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에어컨을 개선하는 대신 창고 밖에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대기하도록 조치했다. 아마존은 구급차 외에도 쓰러져서 직장에 복귀할 수 없는 직원을 대신할 대기자도 놔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http://www.techho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80


    물론 이 기사는 아주 예전 기사라서 아마존의 환경은 지금은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도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기업이 있고, 그 기업에서는 이런 문제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쿠팡, 왜 에어컨도 없이 일했을까?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980


    이런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비단 쿠팡이나 아마존만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기업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윤을 위해 다른 것들을 등한시하는 결정들이 이루어져 왔다. 비가 오는 날에 몰래 폐수를 흘려보낸다든지, 산재를 감추기 위해 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별도로 계약한 구급차를 따로 부른다는지 하는 일들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가 보완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이런 문제들은 하나씩 개선되고 있지만, 지금의 체계에서는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 다른 것을 무시하는 결정을 서슴없이 저지를 것이다. 그리고 그걸 비난하기도 어렵다. 그 방향이 이윤이 더 나는데, 그걸 제한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렇게까지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것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어째서 기업들은 저런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 단순화해서 설명을 하자면, 이런 기업들의 행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밀턴 프리드먼의 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1970년에 발표된 프리드먼의 칼럼에서 프리드먼은 기업의 경영자는 주주 이외의 다른 이해관계자를 지나치게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주주만을 고려하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자본주의를 주주 자본주의라고 한다. 주주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금과옥조로 여겨졌고, 위 사례들과 같은 많은 문제들을 낳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안이 있다. 


    각각의 기업이 경제 활동을 할 때에는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친다. 그 기업의 물건을 쓰는 소비자도 있고,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있으며, 그 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있다. 물론 그 기업이 위치한 곳의 지역사회 역시 기업에 큰 영향을 받는다. 환경 역시 말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한 기업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는 것은 단지 주주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소비자, 노동자, 지역사회, 협력업체, 환경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영향을 받는다. 기업들은 이런 전체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고려해야 하고, 이렇게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자본주의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고 한다. 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거기에 관여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규칙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헛소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생각보다 우리의 곁에 가깝게 와 있다. 


SK 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구성원 행복이다. 구성원은 SK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회사의 조직화된 힘으로 구성원 전체 행복을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면 각자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실천한다. SK는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터전이자 기반으로서,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 영구히 존속·발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SK는 구성원 행복과 함께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행복을 동시에 추구해 나간다.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회사가 창출하는 모든 가치가 곧 사회적 가치이다.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키워 나가며, 이해관계자와 신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https://www.sk.co.kr/lib/pdf/skms.pdf


    SK그룹은 2017년 경부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위의 글은 SK그룹의 목표를 담고 있는 SKMS(SK Management System)에서 말하고 있는 SK그룹의 경영철학이다. SK 정도 되는 큰 기업집단도 경영이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있다.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모이는 BRT(Business Roundtable)에서도 2019년 성명서를 통해 기업의 목적을 주주 이익 극대화에서 이해관계자의 번영으로 변경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은 미국 기업 CEO들을 대변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19일(현지시간) '포용적 번영(inclusive prosperity)'을 강조하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하며 "BRT가 기업의 목적을 변경했다"라고 해석했다. BRT는 성명서에서 눈앞의 이윤 추구, 주주 이익 극대화 등을 뛰어넘어 고객, 근로자, 납품업체, 커뮤니티 등 모든 이해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9/08/645780/


    지금의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통해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떻게 그걸 적용할 것인가는 여전히 문제이다. 쿠팡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해서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이 나아진 것은 뭘로 측정하고 관리할 것인가? 에어컨 설치에 드는 비용은 바로 재무제표에 반영이 되어서 그 금액이 얼마인지 바로 알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향상된 작업 만족도 같은 것은 측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그런 지표들 역시 어떻게든 측정이 되어야 관리가 가능하다. 그런 관리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ESG라는 지표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와 ESG(1)_나는 왜 이런 길로 빠져들게 되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