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관심이 없는 걸까
오후에 회사에서 친한 사람 두 명과 차를 마셨다. 한 달에 두어 번 갖는 자리다. 보통 회사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얘기도 나눈다. 오늘은 나를 뺀 두 명이 아파트 얘기만 했다. 그중 한 명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올해 10월에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명은 나이는 서너 살 어리지만 아이를 둘 키우며 작년에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해 입주했다.
그들은 서울 아파트 이야기를 밤을 새우면서도 할 것 같았다. 난 직장은 서울 강남이지만 경기도에 살아서 서울 동네 분위기나 아파트를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이 없는 분야라서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한편으론 그들처럼 잘 알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이 나이쯤 되면 그들처럼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부동산 시세를 훤히 알고 어디 아파트를 사서 언제 팔아 수익을 내고 그런 이야기들을 같이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그런 불편한 심기가 표정에 드러나지 않게 애썼다. 적당히 맞장구도 쳐주고 되묻기도 하고, 따라 웃기도 했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이야기에 끼지 못하는 나도 잘못은 없다. 그냥 화제가 모두에게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닐 뿐이었다.
듣는 내내 막히는 도로, 모르는 이웃들, 높은 빌딩이 빼곡한 도심들만 생각났다. 내가 서울에 좋은 아파트에 살아보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값도 비싸니 분명 좋은 점이 많을 것인데 난 왜 그런 것에 욕심이 없지?
나이를 먹을수록 어떻게든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살고 싶은 생각만 드는 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피만 하고 싶은 증상인 걸까?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내 생의 후반부는 아파트에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늘과 산과 땅이 넓게 드리워진 한적한 곳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