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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Donghwan Ryu Nov 02. 2023

LA?!

재취업과 자영업사이 넋두리 #04

한주전 아내는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바로 다음날부터

바쁜 스케줄 속에 6am - 12am 일을 하며 며칠을 보내왔다.


그러던 중 이제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며 

너무 힘들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겠다고 했던 터였다.


모...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던거는 아닌데 

찔리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토록 그녀가 말했던 공감이

지금 내 상황과 내 심정에는 적용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야속함도 느껴졌다.


그러고 어제 드디어 오랜만에 바쁜 것들을 해결해내고 잠시 짬이나 

아내와 카페에 앉아 대화를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것을 나누는데, 여행과 영어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고 한다.

아내는 나보다 2년 정도 뒤에 미국에 와 5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아내는 취업후 비자도 해결이 되서 겨울에 비자발급을 위해 귀국했다가 

몸에 이상이 있어 그길로 돌아오지 못하고 한국에 남게 됐었다.

갑작스런 일이라 나도 마침 취업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막하던 터라 

바로 귀국을 결정하고는 한달만에 모든걸 정리하고 뒤따라 귀국을 하게 됐다.


아내는 귀국하게 된 이후로도 늘 영어를 잘하고 싶어해 이렇게 저렇게 끈을 놓고 있지 않았는데,

이번 휴가가 좀 더 불을 지폈다고 한다.

그래서 원서도 좀 더 읽을거고 1:1 튜터링도 내년에는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특히 첫째아이의 성향이 굉장히 밝아 늘 농담처럼 Cali Girl 이라고 했었는데,

한국에서 영어 유치원 보내고 사립학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그럴바엔 차라리 그냥 다시 미국으로 가는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엥?!)


더더군다나 아내의 베스티(우리 커플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커플로 나도 남편인 형과 굉장히 친하다.)의 남편이 이번에 LA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게 되서 이주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LA로 잡을 알아보는게 어때?"


LA?!


와... 미국... 다시 갈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비자 서포트는? 

한국온지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서 영어 많이 줄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는데, 

아내는 내가 잡만 되서 갈수 있다면 이제 한국의 모든 걸 접고 가고 싶다고 한다.

사실 아내의 사업은 매해 매출 갱신을 해내며 지금 꽤나 궤도에 올라 잘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거가 아깝기 보단 더 늦기전에 다시 미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 한다.


사실 미국행을 완전 포기했던건 아니다. 

근근히 원래 있던 샌프란시스코나 좀 더 내려가 실리콘 벨리쪽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처남이 사는 애틀랜타도 알아보기도 했지만, 사실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자신이 없기도 했고, 현실성이 떨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에 있는 나에게 덜컥 풀타임으로 고용하고 비자 서포트를 해줄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2-3개월이라도 미국땅을 밟고 있어야 

인턴이던 계약직이던 뭔가 근간을 만들어 실을 꿰어갈 수 있단 생각에 현실적으로 나와 맞지 않다 생각했다.

더욱이 비자 신청이 보통 4월로 알고 있는데, 그때까지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행여 비자 신청을 한다 한들 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LA... 나와는 정말 맞지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 LA 날씨는 내겐 너무 가혹하다.

샌프란시스코야 말로 내가 정말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몸에 열이 많아 더위는 23도를 넘기면 힘들어 하기 시작이지만, 추위는 그리 타지 않기 때문이다.

샌프란에 살 때도 서니베일만 가도 난 더워서 정신이 혼미해지곤 했으니 말이다.


그에 반해 LA는 아내에겐 천국이다.

아내는 샌프란으로 오기 전 샌디애고에서 잠시 어학연수를 했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지라 그곳에 보낸 몇달이 천국이였다고 한다.


아내는 심각한 저혈압과 지극히 약한 소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장이 길고 체형 자체가 말라 근육이 잘 붙지 않아

소화기를 둘러싼 근육이 힘을 쓰기 어려워 더욱 그렇다고 한다.

육류는 말할 것도 없고 유제품도 안되고

계란을 워낙 좋아하는데 그나마도 계란찜 정도나 좋지 삶은 계란도 안좋다고 한다.

과일은 다 좋은데 가장 좋아하는 사과가 치명적이라 한다. 

쉽게 말해 거의 비건에 준하는 식단으로 살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반대로 나는 굉장히 서양인과 같이 장이 짧아 소화능력이 굉장히 좋은데다

풀떼기 먹고는 힘 못 쓰고, 한식 먹으려면 국밥 (캬~!) 고기, 탄수화물 이런거 먹어야 힘쓰지

건강생각한다고 생야채 이런거 먹음 오히려 안좋다고 한다.


그래.. 모.. 이래저래 따지고 생각하면 사실 한국보단 나도 미국이 더 맞다.


더욱이  성향이나 취향 모 이런거 다 떠나서

남들보다 늦게 공부하고 시작한 커리어 덕에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지금 내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럼 이젠 방법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

얼굴에 철판 깔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물어보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보니 어제 읽은 책의 한 문장이 생각난다.


 "자식이 생기니까 못 할일이 없더라."


그래... 

내가 가장 되기 싫었던 부끄럽고 무능한 아빠와 남편이 되지 않아야 한다.

내가 가장 되기 싫었던 가정과 자식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와 남편이 되지 않아야 한다.


가정을 안꾸리면 안꾸렸지, 가정을 꾸린다면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자했던 다짐을 잊지 말자.

그러기 위해 강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 이제 다시 시작이라 생각하자.

가서 맞딱드릴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리 걱정하지 말고 겁먹지 말자.

발을 떼서 디뎌야 강도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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