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과 자영업 사이 넋두리 #05
예전보다 눈이 좀 나빠진 것 같아 새 안경을 알아봤다.
하금테와 뿔테 안경은 이미 있는데, 아무래도 오랜 시간 착용하면 불편한 부분이 있어
좀 더 가볍고 압박감이 덜한 안경을 찾다 G 사의 티타늄 소재의 가벼운 안경을 구입하게 됐다.
이미 G사의 하금테를 쓰던 터라 먼저 찾게 된 것도 있지만, 역시나 디자인이나 패키지 등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안경알을 맞추기 위해 늘 다니던 안경점을 찾아 다시 시력검사를 했다.
이전보다 시력이 좀 떨어진 데다 한쪽눈이 좀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
라식 수술한 지도 20년 정도가 되고 이제 나빠질 때도 됐지 싶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아직 노안은 아니라는 말에 안심했다.
안경알은 평소에 쓰던 N사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하는 Z사로 했다.
그러던 중 안경사님으로부터 G사의 안경을 어디서 구입했는지,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온라인으로 구입했고, 가볍고 이미 알던 브랜드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며 예전엔 G사의 안경을 취급했었다고 하시며 브랜드 제품의 특징과 지금 모델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됐다.
G사 구입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많아 이런저런 방법으로 개선도 해보고 알아봤는데,
브랜드 제품의 많은 경우 무게중심 설계가 잘 잡혀 있지 않아 안경이 밑으로 흘러내렸다고 한다.
더욱이 지금 모델은 다리테가 하나로 구성 된 타입이라 잡아주는 힘이 약해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더니 그런 일이...
더더군다나 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라니...
이 이야기를 듣고 "Form Follows Function"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의미와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비록, 제품 디자인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래픽 디자인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그냥 눈에 보이기에 좋은, 그러니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디자인은
절대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
비록 요즘이야 그래픽 디자인의 분야가 애매하게 돼서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분야가 모션그래픽을 넘어 때론 UX/UI 까지도 넘어간다.
(Product Designer 도 여기 속하나?)
아무튼, 적어도 내가 했던 전공과 내가 해온 일로 그래픽디자이너를 본다면,
그래픽디자인 업의 본질은 시각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한다.
바로, 문자, 이미지, 구도 등을 통한 효과적인 정보 전달이다.
그렇기에 정보전달의 우선순위가 필요한데,
이 역할은 디자이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마케팅 담당의 역할이다.
바로 What과 How를 정하고 담당하는 역할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최고의 시너지를 위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다 본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경우 둘은 "犬猿之間"인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럼 난 어떤 타입인가 싶다.
skill 이 화려한 디자이너라 하기엔 요즘 친구들의 세련미와 기술의 발전은 따라가기 벅차다.
그럼 좀 더 사고기반?
그래 그나마 그게 좀 가깝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을 해야 하는 실무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 컨설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브랜딩과 마케팅 기반의 사고영역은 좀 더 발달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디렉터나 전략 기획이 맞는 거 아닐까?
헌데, 그럼에도 난 어떤 타이틀보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좀 더 가슴이 뛴다.
Paul Rnad 가 그랬던 것처럼, Roland Young 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칠십팔십이 되어서도 그래픽 디자이너이고 싶다.
그래서 화려한 표현이 주가 되는 것보다,
Paula Scher 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냅킨 한 장에 휙휙 시티은행 로고 정도 만들 수 있는,
의미의 함축을 담아 형상화하는 BI/CI 전문가가 되고 싶다.
이미 중년의 나이지만, 아직 그런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