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모래시계
한동안 코로나로 인한 불규칙한 등교는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더욱 힘들게 했다. 특히 학교라는 정형화된 큰 틀 속에서 지내는 것을 힘들어하는 딸아이는 어쩌다 등교하는 날에도
“학교 안 가면 안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는데, 정상화 수업으로 돌아온 요즘은 오죽하랴.
딸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참에 진로교육이라는 줌 강의를 신청하고 듣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강의였다. 아이들의 진로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자세와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서도 되짚어 볼 수 있었으며, 아이의 삶에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배움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 아이는 누구를 위한 배움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이에게서 공부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아이들에 대한 나의 교육관은 무엇인지?
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고 있는지?
내 아이가 좋아는 것은 무엇인지?
내 아이가 잘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이 질문들을 생각하면서 아이를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적어 보았다.
우선 학교 가는 아이 발걸음이 가벼운 날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가끔씩 아이 등에 맨 책가방이 무거운 짐처럼 보일 때가 있다. 안쓰러운 뒷모습이 아른거리면서 공부가 1순위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모자라도 괜찮다. 성적 위주의 결과 중심보다는 그 과정이 중요하기에 아이가 원하지 않는 사교육에는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되 옆집 엄마를 멀리하라'라는 말을 잘 기억하면서 비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긴 코로나로 인해서 반 친구들 얼굴도 가물거린 상태에서 스마트폰 속 카톡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딸아이를 보면서 또래 아이들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협업의 힘을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함께 어울리면서 사는 세상의 소중함과 행복한 연대의 의미를 느껴 보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놀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주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또한 아이의 회복탄력성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회복탄력성이란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능력으로 마음 근력의 힘을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상황에 부딪히게 되더라도 한없이 쓰러지지 말고 잠깐의 휴식을 거친 후 다시 제자리로 잘 돌아올 수 있는 오뚝이 같은 힘이 생기도록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해 줄 것을 다짐해본다.
“한국은 남아프카공화국과 함께 어린이 행복지수 분야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럽의회 보고서, 2015) 슬픈 현실이다.
앞으로 나는 내 아이의 행복지수는 얼마일지 되뇌며, 아이가 갖고 있는 보물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면서 아이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주는 부모이고 싶다.
내 아이의 모래시계에는 아이의 꿈과 미소와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