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나의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나의 암흑기였다’라는 느낌이 크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잘한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이 긴장감과 답답함에 갇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라는 곳은 각 개인에 대한 존중은 꿈꿀 수도 없었던, 단체 기합으로 허벅지를 맞고 질문도 말대꾸도 할 수 없었던 그저 일방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해야 했던 장소로 기억되며 그 시간들이 참으로 싫었다.
마치 원고지 안의 글자들처럼 원고지 칸 밖으로 튀어나와도 안되고 너무 꽉 끼어도 안되고 너무 작아서
여백이 많이 남아도 안되고 '보기 좋게 알맞게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글자들'처럼 느꼈었다.
아직도 종종 학교 안을 헤매고 다니거나, 시험 보는 도중에 컴퓨터용 사인펜이 사라져서 진땀을 흘리면서
찾는 꿈을 꾸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내 마음속 한 구석에는 그때의 힘듦이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가 종종 꿈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원고지 속의 글자 같은 생활의 끝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입학이었다. 대학 생활은 원고지 칸을 마음껏 찢고 탈출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안겨다 주었다.
말 한마디 잘하지도 않았던 나였는데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자 꽤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아마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취업을 했었어도 선택권이 주어지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자유로 다가왔을 것 같다.
자유란 ‘소극적으로는 외부의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하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본성을 좇아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마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자유의 의미는 좀 다를 것 같지만 나에게 자유란 '선택권이 주어지느냐 아니냐'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