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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양댁 Feb 27. 2024

'요즘' 엄마를 바라보는 '옛날' 엄마

(f. 옛날 엄마 씀)



※ 특별 출연 : 친정 엄마 ※




'나에게도 손주가 오다니...'






일찍이 결혼해

 자식을 둔 친구들이

손주를 보았다고

 자랑할 때도 몰랐다.



모임 자리에

 나갈 때마다

핸드폰 사진을 보여 주며

얼마나 이쁜지,

 

내 자식 키울 때보다도

 더 이쁘다고

침 튀겨가며

자랑할 때도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자랑을 들어주기가

성가시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둘째 딸이

낳은 손자를 대하니

처음엔 경이로움에

 눈물이 났고


 꼬물거리며

살짝 한쪽 눈을 뜬

모습에는

 너무 예뻐

내 손가락을 깨물 뻔했다.




 순간 그동안

친구의 손주 자랑을

성의껏 안 들어줘서

미안한 생각과 함께

당장이라도

 누구한테든 자랑하고

떠벌리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2주간

산후조리원 조리를 마치고

딸이 손주와 함께

 우리 집으로

조리를 하러 왔다.



그사이 많이 자란

 아기를 안아보니

비로소 할머니가

됐다는 실감이 났다.



아이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아기 용품은

 왜 그리

 생소한 게 많은지.



 우리가 아이 낳아 기를 때는

 아기 요, 이불,

메밀 넣은 납작한 베개,  

배내옷 서너 벌 정도.

속싸개 전용 담요는 무슨.

그저 부드러운 타월이

 전부였는데.






손주 아기용품은

 아기 낳기 한 달 전부터

 매일같이 한 가지씩

 문 앞에 배달되어

나를 웃음 짓게 했다.



우선

 아기 침대부터

기저귀 갈이대,


(내가 제일 놀란

아이템 중에 하나인)

역류 방지 쿠션,

수유 방석, 수유 의자,

분유 먹일 거에 대비한

적당히 온도가

측정 표시되는 포터부터

분유 병 삶는 스팀기 등등.



아기 얼굴에 발라 주는 것도 많고

 몸에도 몇 가지를 발라주는지...





딸내미가 요즘 아이 키우는 건

아이템 빨 이라더니

이름도 알 수 없게

 갖가지 붙여져 외우는 것도

힘든 여러 가지 용품들이 용달차에

한 차는 될 것 같았다.






손주가 오기 전

미리

할머니 노릇을 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친구 왈

네가 아기 봐줄 때 절대로

나 애 키울 때 얘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요즘 애들은

 다 유튜브,

네이버 지식을

신봉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얘기는

구닥다리로 듣는다나...



본인은 자장가를

예전에 부르던 대로

 손주 안고 부르니

딸이 오더니

 "엄마! 그런 구식 자장가는

불러주지 말라고요." 해서

 너무 머쓱했다고...






그때는

서로 웃으며

 넘겼는데

내가 막상 육아에

 동참해 보니



아이한테 절대

입에 뽀뽀하지 말아라,


기저귀 갈 때 다리를

너무 쳐(?) 들면

분유를 토하니 안된다.


아직 신생아라

기저귀가

배꼽에 쓸리면 안 되니

꼭 조금 접어 줘야 되고,


트림을 시킬 때도

밑에서 위로 쓸듯이

토닥여 줘야 되고,



수면 교육이

 필요한 시기에는

 유튜브에서 알려주는 대로

 아이 재울 때는

기저귀 갈 때도

말을 붙이면 안 된다며

난리를 쳤다.


각성되면

아기가 의식이 깨서

잠을 안 잔다고...





 꼭 선생님한테

 교육받는 학생처럼

그저 '알았다.'라고

 대답만 했다.





기저귀를 갈고 나서

 배꼽 밑으로

기저귀를 접지 않아

깜빡했을 때는

뭔가 잘못해서

 들킨 것처럼.


공연히

 딸의 눈치가

보이고...


나도 모르게

 아기를 안아주다 이뻐서

볼에 무의식적으로

뽀뽀라도 할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이를 닦았다.


'요즘'육아법에 적응하기란

참 쉽지 않았다.






우리 딸?





물론,

 요즘 육아서라던가

유튜브니 네이버 지식에서 얻는

과학적 통계에 의한

육아 지침이

다 옳을 수도 있다 치자.



 하지만,

그런 지식이 전무할 때

우린 우리 부모님이나

동네 어른들의 경험에 의한

육아지식을 전수받았었고



너희가 다 클 때까지

응급실 한번 안 달려가고

잘 키웠다는

사실만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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