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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양댁 Feb 26. 2024

내가 만났던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



출산 후 신생아 시절부터 

생각보다 소아과 방문을 

꽤 많이 하게 된다. 



아기가 맞아야 하는 

필수 접종부터 

여러 번의 영유아 검진. 



특히, 

아기가 어디라도 다치거나 

안 좋아 보이면 

큰일이라도 날까 싶어 

초보 엄마, 아빠는 

소아과로 바로 달려가게 된다.






오늘부로

 186일이 된 하양이도

 지금까지 꽤 많은

 소아과 방문이 있었는데.



 지금 병원에

 정착하기까지

여러 이유로 병원을

 여러 군데 옮겨 다녔다. 



그러면서 

소아과 선생님들도

 여럿 만나게 되었는데. 



인상 깊었던 선생님들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어머~님↗'을 

연신 외치는 선생님



출산 후 약 2개월간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신생아 필수 접종 및 코감기 때문에

 근처 소아과를 방문했는데.



그때 만난 선생님은

 모든 말의 시작 전에

 (끝에 '님' 자를 솔 톤으로 끌어올리며) 

'어머~님↗'을 꼭 붙이셨다.


 집에 오는 내내 

나도 모르게 

성대모사를 하고 있을 정도로

 그 연극톤이 잊히지 않았다.




선생님: 어머~님↗ 

아이가 코가 막혀서

 숨을 잘 못 쉬는 거 같으면

 콧물을 주기적으로 빼주세요!



나: 무엇으로 빼줘야 하죠?



선생님: 어머~님↗

 노시부라는 아이템이 있는데요. 

이걸 추천드려요, 어머~님↗.

 가격은 비싸지만요. 어머~님↗~ 

한번 고려해 보세요.




대화에 집중해야 하는데

 매번 갈 때마다

 '어머~님↗'톤에 꽂혀서

 웃음을 참느라 같이 간 

엄마나 벗에게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되묻고는 했었다.






'속사포 랩'을 

하시는 선생님


일단, 이 선생님을 랩이랑 

연관 지은 이유는 

마이크를 착용하고 계셨다. 



소아과 특성상

 아이들이 세상 떠나가라

 울기 때문에 

부모와 의사 간 소통을 하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그런 이유로

 '속사포 랩'선생님은

 마이크로 부모들과 수월하게 

소통하고 계셨는데. 


워낙 대기 인원이 많아서 

부모들에게 전달할 말을

 진심 숨도 한번 안 쉬고

 다다다다- 랩을 뱉듯이

 쏟아내셨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놓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해야 될 말들을 내뱉으셨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많은 말들을 

조리 있고 빠르게 

말할 수 있음에 

감탄했었다.



그래서 항상 그에게 

진료를 보고 나오면

 3분 이내로 끝이 났다.


 적어간 질문들도... 

그가 랩을 하고 있었기에 

나도 덩달아 속사포 랩을 해야만 

다 물을 수 있었다.






'왜 또 왔어?'가 

인사 멘트인 선생님



'왜 또 왔어?' 선생님은

 현재 꾸준히 다니고 있는 병원의

 소아과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이 분의 특징은 

어떤 일로 왔건

 친한 동네 아주머니처럼

 첫 멘트가

 '왜 또 왔어~?'로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온 후, 

며칠 안 돼서 하양이가

 먹는 분유 양이 갑자기 급 줄어

 벗이랑 걱정이 되어 

고민 끝에 

소아과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보통 소아과 선생님들은

 아이를 상대하셔서 톤부터가

 상냥하게 맞이해 주시는데. 



이곳 선생님은 

성인도 먹기 싫으면 안 먹듯이

 아기들도 안 먹고 싶으니

 안 먹는 거겠지 하시며 

이렇게 튼튼한 아이를

 추운 날 데리고 나왔다며 

첫 만남부터 혼을 내셨다.




그 이후로 

재발한 코감기, 

2차 영유아 검진 등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을 할 때면 

우리 얼굴을 보자마자

 '왜 또 왔어?'라며 

마치 극성 부모가 

된 느낌을 들게 했다.



 처음에는 

머쓱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여러 번 다니다 보니 

초보 엄마, 아빠의 놀란 가슴을

 달래주려는 

그녀의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 


'(전혀 별일 아닌데도) 왜 또 왔어?'

이런 느낌의. 



그녀의 깊은 뜻을

 알게 된 후

 앞으로 꾸준히 다닐

 소아과를 정하게 된다.






그들의 스타일은 달랐다. 


하지만, 

많은 대기인원에 지칠 법 한대도

 진료실에 들어갈 때면 

그들의 눈과 손은 빠르게 

아기에게 집중하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병원 로비에 뜬 

진료 대기 인원수를 보고 있자면

 의사도 아닌 내가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저 대기 인원

 매일 보면

 선생님들도 

출근하시기 싫으시겠다...'






최근 

소아과를 가기 위해서는 

유료 예약 앱을 이용할 정도로 

소아과 방문 자체가 치열하다. 


아마 소아과가 

점점 없어지고 

있어서겠지.



가장 큰 이유가

저출산이겠지마는



뉴스를 보면 

소아과는 

진료 위험은 큰데

 의료 수가는 낮고 

악성 민원에 

소송 리스크까지 

맞물려 있기에 

기피하는 과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나'의 건강보다

 아이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요즘인데.



 오픈런 예약을 해야만

 아픈 아이 진료를 볼 수 있다는

 현실이 진심 답답하기만 하다.



 제발 매번 문제점들만

파악하지 말고

 하루빨리 

<해결>을 위한 정책들이 

빠르게 논의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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