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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Aug 01. 2022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당일치기

자그레브 47시간 레이오버.

코로나로 공항이 봉쇄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레이오버는 자그레브 72시간까지 레이오버였다. 그때만 해도 상황이 우리가 겪었던 만큼 심각해 질거라 상상도 못 했었는데, 그 이후에 다시 오게 돼서 왠지 모를 반가움이 앞섰다. 


원래는 처음 스케줄이 나왔을 때 받았던 레이오버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새 스케줄이 오프가 많이 나와서 레이오버로 스왑 할만한 게 있을까 회사 스케줄 홈페이지를 조회하다가 47시간 레이오버를 보고 나서 바로 신청을 클릭했더니, 승인이 되었다. 


덕분에 오게 된 휴가 같던 자그레브 레이오버. 사무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나서 비지니스 클래스 서비스를 담당하는데 10명 만석이라서 전날부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물론 이코노미 클래스도 만석이였다), 승객들이 너무나도 좋은 분들이라 큰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자그레브 비행을 확정받고 나서, 주변에서 자그레브에만 있지만 말고 다른 데 가라는 조언이 많았었는데 사실 귀찮기도 하고 굳이 어디를 가야 하나 싶어서 아무것도 예약도 안 했었다. 자그레브 비행 전엔 스케줄이 빡빡해서 바쁘기도 했고, 이 비행 직전에 3일 연속 밤 비행에 하루 오프하고 나서 레이오버를 온 거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 예약을 잊어버렸다. 


호텔방에 들어오고 나서야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예약을 진행했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하면서 예약 홈페이지를 찾아서 예약을 했다. 학생이나 어린이 등 여러 가지 할인 혜택은 있었지만... 난 이제 아재의 나이기에 일반으로 예약을 했고 성수기인 만큼 가격은 300쿠나(오만 원) 정도였다. 호텔에서 일어나서 조식도 먹고 넉넉하게 갈 생각하고 오전 11시에 예약을 했는데, 문제는 사실 버스 예약이 문제였다. 


버스 예약방법을 검색하면서 크로아티아에서는 get by bus와 Flixbus라는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7,8월이 극 성수기라 보통 인기 있는 시간대에는 표가 전부 매진이 되어 버렸다. 물론 돌아오는 시간대도 괜찮은 건 매진 상태. 미리미리 계획을 짜 놓거나 백업이 있어야 맘 편한 성격상.. 대책 없이 가는 걸 선호하지 않아 진짜 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또 가능한 출발 시간이 6시 45분 차인데 플리트비체에 도착하면 오전 9시, 하지만 입장 티켓은 오전 11시 두 시간이라 붕 뜨는 시간이 생겨서 한참을 갈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환불이 안 되는 입장권을 5만 원 돈이나 주고 샀는데... 어차피 모레 출근도 오후 출근이고.. 같이 가는 크루도 없으니 내 몸만 챙기면 되지 않나!? 오랜만에 질러보자!! 하고 예약을 했다.


오전 5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6시에 호텔을 나섰다. 다행히 크루 호텔에서 자그레브 버스터미널 까진 10분 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았고, 혹시 헤맬걸 생각해서 여유롭게 길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터미널에는 도착을 했는데 정류장을 찾느라 조금 헤매었다. flixbus 어플리 케이션을 통해서 예약을 했는데 자그레브 버스 터미널이라고만 쓰여있고 정류장 번호가 쓰여있지 앉았다. 정류장이 여러 곳이 있는데, 전광판에도 플리트비체행 버스 안내가 나와있지 않아서 물어 물어 201 정류장인 것을 알고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첫차라는 걸 얼만에 타보는 건지.. 거의 10년 전 공항에서 일할 때 새벽 조로 일하면서 근무 날 때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공항버스 첫차를 타고 출근했던 기억이 많이 났다. 낮이나 밤과 다른 특유의 상쾌한 새벽 공기, 아직은 텅 빈 골목길과 도로, 그리고 아직 잠에서 완전히 못 깬 피곤한 사람들. 버스터미널엔 거의 여행객들이었지만 내가 새벽 출근을 다녔던 당시의 그때 느낌 그래도 나서 옛날 생각에 잠시 잠겼었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까지는 총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버스에 다른 한국인 여행객분들도 계셨고 대부분은 유럽 여행객들 같아 보였다. 새벽 출발 버스인데도 버스가 만석으로 출발했다. 그 전날 비행 피로와 새벽에 일찍 일어난 덕에 버스에서 숙면을 취했고, 아침 9시경쯤에 도착했다.


플리트비체는 입구가 두 군데인데 (enterance 1, entrence 2),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입구 1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구 1에서 내렸다. 또 다행인 건 입구에 카페가 있어서 아침도 안 먹고 나온 김에 2시간이나 남았는데 시간을 좀 때우다 들어갈까 싶다, 혹시 11시 입장 티켓이지만 일찍 입장이 가능한지 한번 시도나 한번 해보기로 했다.


왜냐면 국립공원이다 보니 시간대별로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있었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티켓 구매가 가능하지만,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하는 수가 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가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안내분께서 내 티켓번호와 컴퓨터를 두드려 보시더니 바로 들어가도 된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따로 2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좋은지^^



트레킹 코스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코스별로 짧게 끝나는 코스도 있고 또 가장 긴 코스도 있다. 블로그에선 보통 짧고 핵심만 볼 거면 B코스, 시간 여유가 있으면 C코스를 추천했는데 난 어차피 오후 4시 버스도 입장 당시 시간은 오전 9시경. 그래 언제 또 오겠나? 온 김에 뽕 뽑고 가자 싶어 난 C코스를 선택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경에 피곤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상쾌한 공기에 눈앞에 펼쳐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에 감탄이 나왔다. 이제야 드는 생각! 오길 잘했구나^^


코스 중간중간 안내판도 잘 되어있고, 식당이나 화장실 쉴 공간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서 음식을 사 먹어도 되고 도시락을 싸가지도 와도 된다. 난 정말 무방비 상태로 물 하나만 가지고 아침도 안 먹고 나왔는데 사실 후회를 많이 했다. 걷다 보니 배도 고파오기 시작했고 첫 번째 만난 휴게소에선 식당이 11시에 연다고 쓰여있어서 다음 휴게소에서 사 먹어야지 했는데... 그러고 오후 2시가 돼서야 두 번째이자 마지막 포인트 휴게소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 먹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버스터미널에서 빵이라도 사 왔을 텐데^^; 정말 다 좋았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힘이 좀 들었다.

휴게소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그 청량감이 느껴져서 나도 마실까 하다가 거의 공복 상태라 맥주는 스킵하고 물이랑 햄, 치즈가 들어있는 샌드위치로 일단 허기를 때웠다. 휴게소에선 현금을 받지 않았고 카드 결제만 받았다.


성수기인 탓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특히 유명한 사진 포인트 앞에서는 사진 찍는 인파 덕에 지나가는 길목이 막혀서 한참을 줄 서서 겨우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만큼 정말 사진으로도 담기지 않는 멋진 포인트가 많았고 어쨌든 크로아티아를 왔다면 한 번은 와봐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수기를 피하면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입장료도 더 싸지니 다른 때 와도 좋을 것 같다. 



C코스 마지막은 제일 꼭대기쯤인데, 거기에선 입구 2 혹은 1까지 버스가 제공된다. 4시간을 죽어라 걸어서 올라갔는데, 역시 현대 문명을 통해서 내려오는 건 5분 거리^^ 그래도 어찌 보면 다시 힘들게 내려올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 블로그 검색해 보니 자그레브 돌아가는 버스는 입구 2에서 타야 입석이 아니라 좌석에 앉아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보고 나서 나가는 건 입구 2에서 나가기로 했다. 


트레킹이 끝나고 나니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간, 휴게소에서 물도 한병 더 사 먹고 잔디밭에 앉아서 음악고 듣고 쉬면서 시간을 때웠다. 

4시쯤 enterance 2 정류장 쪽으로 이동을 했다. 미리 버스표를 예매해둔 덕에 핸드폰으로 큐알코드를 가지고 있었고 버스 시간쯤에 버스회사 직원이 와서 큐알코드 스캔을 완료했고 조금 연착되었지만 버스 잘 타서 자그레브로 돌아왔다. 


정류장을 찾는 게 조금 헷갈려서 헤매고 있는데 길에서 헤매는 나를 알아봐 준 이란에서 온 가족분들 덕에 늦지 않게 정류장을 찾았다. 알고 보니 한국 드라마, 특히 한국 사극 완전 팬이시라며 주몽이랑 대장금 이야기를 하시는데 주몽이라는 사극을 내가 대학교 다닐 때 보던 드라마인데 그걸 이란 사람이 아직도 기억을 하다니.. 콘텐츠의 힘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자그레브에 다시 도착했고, 버스에서도 오랜만에 너무 걸어서 그런지 정말 골아떨어졌다. 눈떴더니 자그레브^^... 올까 말까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호텔에만 있지 않고 그래도 나와서 두바이에서는 겪을 수 없는 자연을 마음껏 겪고 났더니 리프레쉬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 또 자그레브 비행을 받게 된다면 그땐 자다르도 가봐야겠다.!

여름날의 자그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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