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괴로운 일이 있어. 하지만 어딘가에 반드시 희망은 있어. 희망이 없다면 찾으면 돼. 보이지 않는다면 만들면 돼. 그리고 만약 그 희망마저 잃어버렸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돼.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서른의 나는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진단받게 된 갑상선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올렸던 결혼식, 할아버지와의 이별 등으로 슬픔, 아픔, 행복을 느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았다. 갑작스레 나에게 몰려왔던 파도들을 잘 넘기고 내 마음이 다시 잔잔 해졌을 때 겨울바다를 보러 떠났다. 그곳에서 이 영화를 우연히 만났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이 희망에 대한 그 대사가 내 마음속에 와닿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조차도 어딘가에 반드시 희망은 있으니 보이지 않으면 만들면 된다는 그 대사가.
영화 속 주인공인 아오야마 다카시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 모른 채 늘 사표를 마음에 품은 채 시들어가는 식물같이 매일매일 회사에 출근한다. 계속되는 야근과 실적 압박,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당하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다카시는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하려 한다. 그때 자신을 초등학교 동창이라 소개하는 야마모토가 다카시를 구해준다. 그렇게 둘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어 술을 한 잔 기울이며 기분 좋게 저녁을 먹고, 휴일에 만나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처럼 같이 놀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야마모토는 시들시들했던 다카시를 생기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켜 준다. 그 좋은 변화로 다카시의 일들은 잘 풀려가는 듯 흘러간다. 좋은 계약도 성사시키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회사에서 설욕을 겪게 된다. 그렇게 힘듦이 다시 찾아올 무렵 그저 초등학교 동창이라 알고 있었던 야마모토에 대해 진실을 알게 되고, 다시 모든 걸 포기하려 하는 다카시에게 야마모토는 또 한 번 손을 내밀며 조언을 건네준다.
"인생은 너뿐만 아니라 널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남은 이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라고."
다카시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얻어 회사를 그만둔다. 다카시의 밝아진 표정을 확인한 야마모토는(알고 보니 야마모토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3년 전 자살한 쌍둥이 동생인 야마모토 유) 바누아투로 봉사활동을 떠난다. 그리고 다카시도 야마모토를 따라 바누아투로 떠나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영화는 끝난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깜깜하고 무서웠을 때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결혼을 약속하고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한 남편과 나를 늘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나는 힘을 내서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 파도를 넘겼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다른 파도가 나에게 올 거라는 걸 안다. 그때의 나는 너무 무서워하지 않고 다시 그 파도를 넘길 수 있을지 마냥 자신 있게 대답할 순 없겠지만 어딘가에 희망은 반드시 있다는 이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다카시처럼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제는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소중한지 생각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힘들었다. 짜인 근무표대로 출, 퇴근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일에 너무 시달리지 않고 건강,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것,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며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자극적인 제목과 다르게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는 영화는 단지 무모하게 사표를 던지는 주인공의 내용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