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다 모든 걸 그냥 내려놓고 싶어 졌을 때 무작정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간소하게 짐가방을 꾸려 집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중간에 들린 휴게소에서도 내리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3시간 40분 동안 긴 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답답했던 탓인지 속이 울렁울렁 거려 힘들어지려 할 때쯤 버스는 익숙한 풍경의 도시 속으로 들어섰다.
버스에 내리는 순간 상쾌한 공기를 쐬었다. 그러고는 터미널에서 집까지 15분가량을 걸었다.
다리를 건너며 평화롭고 잔잔하게흐르고 있는 강을 보면서 강바람을 쐬니 속이 점점 가벼워지고 무겁고 복잡하게 엉켜있던 실타래 같았던 머릿속이 비워지는 듯했다.
고향에 도착하고 집에 가는 길, 그 다리를 건널 때 늘 실감이 난다. 내가 드디어 서울을 떠나 집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일주일의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고 있고, 나는 매일매일 하루 속 시간의 흐름을 최대한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살던 동네 이 곳의 익숙했던 풍경을 눈에 정성껏 차곡차곡 깊이 담아두려 노력하고 있다.
햇살 가득 비치는 아침, 날이 저물 때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선물을 주듯 주황색 다홍색 빨간색 물감을 마구 섞어 뿌려 놓은 듯한 하늘,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 강에서 평화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새들의 모습, 황량한 가지들 뿐이지만 봄에 피워낼 꽃을 위해 차디찬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
예전엔 이 곳의 풍경들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집에 내려왔을 때 그리고 여유가 있을 때 와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익숙했던 곳들의 풍경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음에 위안을 준다.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엄마처럼 우리 집처럼 힘들었던 나를 보듬어주며 안아주는 것 같다.
여기서 그저 편안히 쉬어 가라고 토닥 토닥여 주는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작은 지방 소도시라는 것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좀 더 큰 도시에서 좀 더 사람 많은 곳에서 북적북적 대며 생동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원했던 대로 살아온 지 6년이 지나고, 여러 사람들에 치이고 일에 치여 숨 가쁘게 살다 보니 나는 이제 내가 떠나고 싶어 했던 이 곳을 동경한다.
그리고 감사하다. 나의 고향이 이 곳이라는 게.
잠시 이렇게 쉬는 시간 동안 머리를 비우고 내 곁에 있었던 익숙하지만 소중했던 존재들에 대한 감사함을 깨닫고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