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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그민 Oct 07. 2021

ㄷ. 본교 학생이 확진되었습니다

본교 학생이 확진되었습니다

학교 소식을 전달해주는 e알리미를 통해 받는 메시지 중 가장 절망적인 뉴스이다.


그동안 몇 번 이러한 일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교일이 같았고 졸업사진을 찍는 날 마스크를 벗은 시간이 있어서 학년 전체가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게 되었다. 남편이 아이를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로 떠났고 남은 가족들은 불안함에 결과가 나오길 기다렸다. 같은 학년 다른 반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더 발생하였고 밀접접촉자로 통보가 온 아이들은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또 한 번의 폭풍이 지나갔고 다시 오랫동안 등교 수업 없이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에 간다고 들떴던 아이나 두 아이가 동시에 학교에 가는 유일한 하루를 기다렸던 엄마도 기운이 쭉 빠져나갔다.    


아이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확진자가 생겼다고 하니까 학교 간 날 옆 반 친구 **랑 괜히 놀았나 후회가 되더라고... 검사 결과 기다리는 내내 불안하니까 그런 생각이 더 들고. 애들이랑 가까이 놀기가 좀 그래”

한 번씩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아이들은 이런 생각으로 친구들과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등교 수업에 부풀어 있던 마음도 힘을 잃고 쪼글쪼글해질 즈음에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큰 아이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왔다. 해당 학급 아이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귀가 조처한다는 메시지만 도착했다. 걱정되는 마음을 다잡고 기다려봐도 아이는 집으로 오지 않았고 ‘다행히 우리 반 아이는 아닌가 보다….’라고 안도했다.  


같은 공간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제 일상화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그곳에 간 것>, <그 사람과 만난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리곤 그다음에는 그 행동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감염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회적 관계들이 단절되어 갔다. 


2차 접종까지 완료된 접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 역시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그 잠재된 위험이 과밀되어 있으면서 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집단인 아이들에게 쏠릴까 불안한 마음에 오늘도 기분은 아래를 향한다. 


부모들은 접종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있자니, 어른들만 구명조끼를 단단히 한 채 아이들과 함께 작은 배를 나누어 타고 멀리서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접종 연령에 해당된다고 해도 아직 부작용에 대한 걱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접종 연령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더욱이 헤아릴 방법이 없다.


코로나를 만난적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리라는 기대는 이제 없다. 그대신 같은 기능이면서도 좀 더 예쁘고 감각있는 마스크를 주문해주기로 했다. 겨울을 맞이하는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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