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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그민 Jan 22. 2022

제7+8화 뼛속부터, 진짜 대치동 고수 따라잡기

8 학군~8 학군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군은 서울 내의 고등학교를 지역교육청 관할 지역을 중심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1998년에 일부 개편하여 11개의 학군 체제로 개편되었고 1999년부터 시행된 구분은 다음과 같다. 1학군은 동대문구, 중랑구 전역, 2학군은 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 3학군은 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 4학군은 노원구도봉구, 5학군은 종로구용산구중구, 6학군은 강동구,송파구, 7학군은 강서구,양천구, 8학군은 강남구서초구, 9학군은 동작구관악구, 10학군은 성동구,광진구, 11학군은 강북구,성북구이다.

학군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고교평준화 이후에도이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명문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높아졌다또한, 1970년대부터 이어진 한강 이남 지역의 개발명문학교의 이전들과 함께 학군특히 학원 밀집 지역인 대치동 일대는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근래 5~6년 사이에는 이 강남구 내에서도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을 나누어 테남테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구분하고 있다테남은 도곡대치개포동을 말하고 테북은 압구정청담삼성동을 의미한다또는 강남구를 대치동을 중심으로 남쪽과 북쪽을 나누어 대남과 대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지역을 나누는 이유는 어쩌면 그들의 특성을 좀 더 세분화하여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때문 일지도 모른다지역적 특성부모의 경제적 능력으로 지역을 나누는 부분에 결코 동의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한 가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은 입결(입시결과)이다매년 발표되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들이 강남권에 집중되어 있으니 이곳의 교육법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지역을 바라볼 때, 부모 찬스만으로 교육을 받아 입시에 성공하는 경우라고 위안을 삼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이 조차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는 학업성취도뿐 아니라 아이의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본 소양을 키우는 진짜 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자녀교육의 관점에서 본다면 테남 지역 어머니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테북지역 어머니들의 여유로운 자세(그 여유의 기반이 비록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일지라도)사이에 균형을 이룬다면 어쩌면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소위 성대경시로 불렸던<전국 영어 수학 학력경시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그 일대의 교통은 완전히 마비된다.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영어시험이 있는 시간에는 응시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결국대부분 수학 경시를 치르기 위한 것이다초등 저학년부터 이처럼 수학에 몰두하는 것은 영재원이과 집중 교육-<한>입시 성공이라는 큰 흐름 때문일 것이다이러한 주류의 흐름 속에서 좀 더 큰 그림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바라보는 진짜 강남 키즈의 부모들이 숨은 고수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진짜 뼛속부터 진짜고수들은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까?


1. 진짜 문해력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대치동 아이들은 대부분 유치원을 졸업 시기가 되면 독서 기반의 토론 수업을 듣는다독서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부모는 없을지라도 이 과정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자신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교육의 도움을 받게 된다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수박 겉핥기식의 독서교육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중고등 교육과정에 도달하면 아이들이 한 번씩 던지는 질문에 뒷목을 잡는 부모님들이 생긴다부모세대들이 당연하게 이해했던 용어를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국어교과뿐 아니라 사회과학에서 이런 단어들은 불쑥 튀어나오니 문제를 이해하는 과정부터 막히는 경우가 발생한다실제로 선생님들 말씀으로 홍경래의 난 등 각종 난들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여기서 왜 우리 집 식물이 나와?’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아이들이 아는 난은 정말 그 <뿐이었던 모양이다그 이유는 한자 교육에 있다. 어려울, 어지러울 난(란)亂이라는한자를 모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교육에만 집중하는 사이에 우리가 놓쳐버리는 것이 바로 한자이다. 주변에 한자 학원을 보내는 부모님이 계신가? 남들이 영재원 입시를 향해 달릴 때 소신(所信)있게 한자 학원에 보내는 숨은 고수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사실 집에서 한 번쯤은 한자 외우기를 엄마표 교육으로 시작한 부모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한자 학원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때로는 대치동이 부럽기도 하지만, 방학마다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과 한자를 외우는 것으로 진짜 강남 키즈를 따라잡아보기로 했다.


엄마소신껏 하라는 게 뭐야?”

라는 질문에

바 소 믿을 신 이니까 무슨 의미일까? <믿는 바>대로 하라는 거 아닐까? “

라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우리말에 숨어 있는 한자 의미의 중요성을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

또한, 한글 뒤에 숨어 있는 한자의 의미를 짐작하려는 과정에서 뜻을 모두 찾아보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2. 내 손으로 다룰 수 있는 악기에서 성취감을 경험한다.

소위 돈 있는 집에서나 악기를 다루던 시절이 있었다하지만 최근에는 악기들이 대중화되었고 피아노뿐 아니라 바이올린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진 않다방과 후 수업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강남 일대의 많은 초등학교에는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남자 애가 무슨 악기야~’라고 생각하는 부모님도 계실 것이다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악기교육을 시킨다초등 저학년이 되면 피아노 외에 악기를 한 가지씩 추가로 시키는 것이다가장 손쉽게 접근하는 것이 바이올린이다바이올린은 십만 원 안팎에서 구매가 가능하고(1/4사이즈는 5~7만원), 피아노 다음으로 대중적인 악기이며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피아노와 다르게 바이올린은 일단 서서 연습을 하게 되고네 개의 줄 중 한 개의 현을 활로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처음 시작하면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다그 소리를 견디는 부모의 귀 또한덩달아 힘들긴 하다하지만 그 과정을 버텨내고 아름다운 음악이 완성되는 순간 아이들은 부모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된다부모에게는 왼손을 움직여 현을 누르는 과정이 오른손잡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일어나는 것은 그저 덤으로...함께 일어나게 된다만일 학교에 오케스트라가 있다면 도전과 성취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단체의 일원이 되어 하나가 되는 공동체의 소속감을 경험하게 된다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무대에 서고 함께 연습을 하여 박수를 받는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이 값진 것이다노력에 대한 보상그 과정에서 느끼는 내적 만족감은 학습에서 느낄 수 있는 내적 동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3. 건강한 신체에서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

한동안 "줄넘기조차 과외를 시키는 사교육"에 대해 차가운 시선이 있었다이제 더 이상 초등학교에서 줄넘기에 급수를 부여하지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넘기는 초등 아이들에게 가장 추천할만한 운동이다부모님이 직접 가르치기 힘들다면 방과 후 수업 또는 문화센터를 통해 시작이 가능하다학교에 입학하면 축구,농구,인라인 스케이트 등 다양한 운동을 시키기 위해 그룹을 짜는 경우가 있지만 진짜 고수 부모님들은 줄넘기에도 중요하게 의미를 둔다.

단체 운동과 달리 줄넘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다또한체력적으로 어떠한 타고난 기술적인 능력에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줄넘기는 자기 스스로 뛰는 높이와 줄을 돌리는 속도를 조절하여 몸을 움직여야 한다연습을 할수록 늘 수 있는 종목인 것이다그리고 자신의 힘이 다하여 뛰는 것을 멈추면 줄넘기도 함께 멈춘다자신이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것이다엄마가 줄을 돌려주고 그 박자에 맞게 아이가 뛰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노력을 해도 소용없다'를 입버릇처럼 하는 사춘기 시기를 겪기 전에 경험하는 노력에 의한 성공경험은 입시를 견디기 위한 힘의 근원이 된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잠을 자지 않으면 졸린 것과 같은 자연의 이치처럼,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치를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다섯 개도 힘들었던 아이가 백개씩 끊어 몇 세트씩 할 수 있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곳 대치동에서 만나는 강남 일대의 부모님들이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부모님 개인의 교육관과 가치관에 따라 아이들을 양육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진짜 고수 부모와 아닌 부모의 차이는 눈으로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차이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순간 점차 커진다. 아이가 성인이 되는 시기가 되면 그 차이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평생 가져갈 문해력의 기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

자신의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

공동체 내에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


매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기초가 결코 학업성취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학령기 시절에 성적과 상관없이 행복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나서서 그러한 인식을 부정할 수도 없고, 억지로 학업성취도를 높여줄 수도 없다. 단지 현실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마음과 의지를 스스로 조율할 수 있고 현실의 즉각적인 만족을 잠시 누르고 노력이라는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진짜 고수의 교육법이 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선행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숨어있는 고수의 양육 방식인 것이다.


사진출처: 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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