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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im Mar 07. 2024

UX기획자에서 플랫폼기획자로

이직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년 간 UX기획자로 일하던 회사를 퇴사하고 금융 플랫폼 회사로 이직했다. 이직 과정 중 실무면접에서 팀 리더님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플랫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범위가 넓은 질문이었다. 횡설수설하며 아무 말이나 하다가 나름의 답을 찾아 말했다.

"(어쩌고저쩌고 아무말 생략)...무언가를 연결했다고 다 플랫폼이라 볼 순 없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연결됐을 때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답변이 리더님의 마음에 쏙 들어 채용됐다고 한다. 면접 땐 질문이 참 광범위하고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직하고 실무를 맛보고 나니까 왜 그렇게 질문하셨는지 알겠다. 플랫폼 서비스 기획과 non-플랫폼 서비스 기획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내가 서비스를 운영할만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지 점검하고 싶으셨던 거다.




내가 (주워들으며) 정의한 플랫폼의 성공전략은 이렇다

1. 플랫폼은 먼저 사용자를 훅킹 할만한 콘텐츠를 제공해 트래픽을 확보한다.

    어쩔 수 없이 이 단계에서는 콘텐츠를 일일이 수급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2. 훅킹된 사용자가 몰리면 공급자도 따라 들어온다.

    이때 공급자 친화적인 정책을 세워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다져놔야한다.

3. 공급자가 많아지면 콘텐츠도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사용자도 늘어난다.

    이게 이어지면 플랫폼 선순환 구조가 된다.


이후 공급자 또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팔아 매출을 만들고, 정책과 기술을 잘 조합해 운영비용을 최소화하여 영업이익률을 관리한다. 플랫폼은 이런 원리로 돈을 번다.




직무가 확장되고 생긴 문제

이전 회사에서의 3년은 UX 관점에 초점을 맞춘 기획 일을 했다. 주된 KPI는 사용만족도였다. 그런데 이직한 플랫폼 회사에서의 KPI는 단연 매출이다. 언뜻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업무의 결이 매우 다르다.


UX기획자에서 플랫폼 기획자로 마인드셋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유저가 편하고 효율적일 수 있을까?"의 고민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돈을 더 잘 벌면서 유저가 편하고 효율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2차원에서 3차원 개념으로 축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랄까. 그래서 요즘 일하다가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고 또 진도가 안 나간다. 쉽게 쉽게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슈 하나하나 공급자와 사용자가 얽혀있는 처음 해보는 고민들이라 일 마무리가 오래 걸린다. 야근이 늘었고 워라벨을 잃었다.


UI기획 역할을 디자이너에게 넘기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원래는 모든 세부적인 UI 기획을 전부 담당했는데, 이직한 회사에서는 디자이너가 서비스 플로우나 UI기획에 대한 역할을 비중 있게 가져간다. 기획자 역할은 프로젝트 관리, 이슈 컨트롤, 스펙 조율, 비즈니스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습관적으로 세세한 UI에 대한 고민거리를 오래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데, 그런 고민은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더 넓은 시야로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이직만 하면 "꽃길 시작 저절로 배우고 성장"하는 건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새로운 회사문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업무를 체화하는 과정까지 겪고 나야 이직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러므로 이직의 여정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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