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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Feb 05. 2024

"엄마, 여기는 왜 모든 사람들이 다 친절해?"

몬트리올 이야기

반짝반짝 햇빛을 가득 품은 얼음이 투명 반짝 마법을 부려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듭니다. 오늘은 캐나다에 입국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에요 그리고, 몬트리올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햇살이 가득 하늘을 채운 날이었습니다. 햇살이 가득한 날,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도 한가득이에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들마다 해가 나와 행복하다며 얼마만의 해인지 소중함을 이야기하느라 바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은 이곳, 모두가 미소를 머금고 다녀요. 어느새 우리의 얼굴에도 둥실둥실 미소가 띠어지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바로, "Bonjour!"가 나오지요.

어제는 동네 축제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한국에서 유년시절 동네 이름 붙인 축제를 처음 했었어요. 가수도 초빙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동네 노래잔치도 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났어요. 문득, 이곳에서의 축제는 어떠할까? 궁금해집니다.


더욱이 이 한겨울에 하는 축제라니, 궁금증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가족들 바리바리 스케이트화 들고 구경을 갔어요. 마시멜로도 구워 먹고, 캐네디언타이어에서 새로 산 썰매를 첫 개시도 해보고, 말이 끌어주는 썰매도 타고, 오랜만에 북적북적 사람 냄새나는 현장에 다녀왔어요.

스케이트를 타면서, 저만치서 열심히 피겨를 하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요. 귀여운 아주머니, 대화가 고프셨는지 말 트자마자 갑자기 폭풍 수다를 떠셨어요. 키는 정말 크신데 밝은 미소에 귀여웁게 말을 이어가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생각되었답니다.


그 와중에 아주머니의 아들내미가 계속 "Mom, Look at me!"를 연발하고, 아줌마는 "Mommy is looking at you with my eyes. My lips are talking but I'm watching you, Honey." 하며, 정말 끊임없이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정말 빵 터졌어요.


오! 이럴 수가요. 아이는 엄마의 관심을 요하고, 엄마는 잠시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 상황은 정말이지 만국공통입니다. ^^ 깔깔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분은 미국에서 여기로 이민오 셨다고 해요. 저희가 엘리져빌리티(아이들 공립학교 보낼 수 있는 허가) 기다리고 있다 하니, '아, 자기 아이도 엄청 오래 기다렸다. 특히 첫째가 오래 기다려서 학교를 둘째는 다니고 첫째는 못 다니고 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행정이 느리다고 귀띔해 주셨어요. 기다림의 결실이 곧 올 거라는 희망도 전해주면서요.

저희를 환대해 주며 (속된 말로) 입이 터지셔서(ㅋㅋㅋ) 폭풍수다를 열어주신 아주머니께도 감사하고, 나중에 동네 어느께에서 또다시 한번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2주 전, 퀘벡 여행을 다니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요. 서양인들 특유의 오지랖으로 어디서 왔냐, 너무 예쁘지 않냐, 재미나게 이것저것을 묻습니다.


미국인 쌍둥이 아줌마 둘은 플로리다에서 왔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때도 여기 있었는데 너무 예쁘다며 저희보고 꼭 그때 다시 오라고 얘기해 주었고, 볼티모어에서 왔다는 노년의 멋진 부부는 아저씨가 아주 오래전에 한국에 왔었는데, 인사말을 그 당시는 잘했는데 현재는 생각이 안 난다고 하시기에, '안녕하세요.'를 알려드렸어요. 한국, 일본, 중국이 다 한자어 기반이었다가 한국어는 phonetic으로 새롭게 개비하여 한글이 생성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

공립 도서관을 기웃거리다 4시에 문을 닫았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나치는 저와 첫째에게 '자기는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하는 중이라며 혹시 우리가 일본인이냐고 조심스레 묻던' 청년. 그에게, "쏘 데스까?" 하며 우리는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하니, 환하게 웃던 이들.


아이들은 이런 모든 것들이 신기했나 보다.

"엄마, 여기는 왜 모든 사람들이 다 친절해?"


"음식을 주문할 때도,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정말 언제 어디서도 사람들이 다 친절해.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미소를 짓고 있어. 너무 신기해."

아이들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아요.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한다는 것... 환히 웃으며 다니면 도리어 조금 이상한 사람처럼 비추어지는 우리네 현실을 들여다보며, 조금 이상해지더라도, 기꺼이 이상해지면 또 어떨까 싶어 나 하나라도 입꼬리에 힘주며 입꼬리 살짝 올리며 미소보톡스를 좀 해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조금 오버하더라도 밝게 만나면 "Hi, how are you?" 하는 인사가 저는 항상 고팠었는데요, 전혀 모르는 이와 눈이 마주쳐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하이를 외칠 수 있는 환경이 그리웠나 봐요.


그 생기 있는 작은 인사가 상대의 하루 안에 차곡차곡 쌓여 하루의 작은 운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들곤 해요.

대부분은 환하게 웃고 밝게 인사를 해요. 일반화시키기에 조심스럽지만, 확실히 캐나다 사람들이 친절한 것 같아요. (아주아주 조심스럽지만, 제가 경험한 미국에 비해서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퀘벡주에 사시는 사람들은 바이링궐이 생활화된 도시이다 보니, 언어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인내심도 강하고, 조금 더 기다려주고,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 요소들로 캐치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귀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도 불어가 제1언어이고, 영어가 바이링궐이니, 언어를 배운다는 것과 언어에 서툴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다는 생각이 조심스레 듭니다.



여기는 퀘벡에 있는 스케이트장이에요. 작지만 너무 예쁩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면, 1일 1 스케이팅을 하게 돼요. 무려 퀘벡에 와서도 말이죠. ^^



이곳에 오면서 무거운 스케이트화를 스스로 들고, 빨래가 건조기에 나오면 엄마를 도와 빨래를 개고, 쌀을 씻어주는 등 스스로 더 많은 것들을 챙기며 해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뿌듯해져요.


그러면서, 정량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것들의 중요성을 느끼며 소중히 가꾸어갑니다. 학업적이지 않은 것, 점수로 평가되지 않는 것, 그러나 분명 살면서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 말이죠. 예를 들면, 커다란 스케이트화를 각자 자기 것을 챙겨 길을 걸어가고, 자신의 신발을 신고 정리해 놓는 것 같은 일들요.


맞아. 잠시 이런 것들에 더 집중하고 싶어 이곳에 왔지... 싶어요. 아침공부다, 루틴이다, 대략 지금 이 나이에 이 정도를 해놔야 한다 등등 습관도 중요하고 학습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자신이 힘들 때, 필요할 때는 그런 습관조차 스스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좋은 습관은 물론 중요하지만, 자칫 습관이라는 이름하에 스스로를 번아웃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변주를 주어가며 자신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삶을 원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감을 이용한 많은 체험과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데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 졌었어요. 아이들이 그랬으면 했고요. 더 크기 전에, 지금 이 시기예요.

이렇게 추운 날, 나는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하여 스스로 알아서 챙겨 옷을 입듯, 경험치가 쌓여 자신이 자기를 알아 미리 대비하고, 예외상황에서도 자신을 챙길 수 있는 힘!

그런 것들은 독서와 교실환경의 학업만으로는 사실 채워지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해요.



저는 어쩌면 한국에서 말하는 독서, 독서, 그리고 또 독서에 너무 데었나 봐요. 제 자신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독서만이 전부가 아님을 너무 잘 알기에, 약간 그런 측면에서 단 한 해 동안만이라도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눈에 비친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진으로 담아보지만, 글로 오감묘사를 하려고 노력하면 쉽지 않듯, 글로 전달할 수 있는 반경에는 분명, 가슴속 뜨거운 공명이 없이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텍스트를 텍스트로만 읽어내기보다,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과 경험이 녹아 그리고리 연결되어 영역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 근간에는 '감응'이 가득했으면 하고요.


그것이 어쩌면 해외에 머무는 일 년 동안 저희 아이들이 배워갔으면, 넘치도록 느꼈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 같아요. 영어실력 향상 보다는요. ^^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이 순간 저 순간을 가슴에 담아 박제합니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추위와 싸우며 즐거운 관광을 함께 하는 시간을, 함께 밥을 만들어 먹고 집안일을 하며, 텅 빈 집부터 차곡차곡 채워가는 시간을요.



하루의 마지막을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요. 아이들이 말하는 기억에 남는 순간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배움을 매일 새기면서,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가장 소중하다고 새롭게 되새깁니다.


*모든 사진은 여행에서 직접 찍은 퀘벡 사진으로, 몬트리올 사진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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