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을 기다리며
몬트리올의 경우, 입국해서 교육청에 등록을 하고 엘리져빌리티라는 허가가 나오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다고 해요. 보통 2-3주 정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데, 늦어질 경우는 기약이 없나 봐요. 저희는 지금 한 달 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많이 가고 싶어 해요. 매일 가고 싶어서, 1일 1학교하며 그 앞에서 서성이며 부러운 눈으로 교정을 바라보고 돌아오곤 합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코로나 시기가 생각나네요. 아이들과 24시간 꼭 붙어있으며, 삼시 세끼를 해먹이며, 학교의 소중함과 오프라인 활동 및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다시 한번 그런 귀한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오네요.
한국에서부터도 아이들 영어에 큰 욕심이 없는 엄마였어서 따로 무언가를 시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저는 아이들 언어보다 제 언어가 더 중요했고 (이기적인 엄마인가 봐요), 아이들이야, 언젠가 자기들이 영어의 필요성을 직접 인지하고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이 찾아오면 집념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click 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촘스키를 들먹이며 CP(Critical Period, 한국어로는 결정적 시기라고 나올 거예요.)가 중요하다, 이 시기가 지나면 언어습득에 더뎌진다고들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달라요.
결정적 시기가 발음 부분에 있어서는 맞다고 생각이 들어요. 근육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안 쓰던 tongue muscle을 뒤늦게 쓰려면 너무 힘들거든요. 하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psychological factor나 social factor들에 따라 너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국에서는 영어 조기 교육 및 영어 과열 현상으로 인해 저같이 이야기하면 마케팅이 안될 테니 Critical Period에 과열된 학원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 영어라는 것은 쓰임새에 따라 언어를 쓸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그렇기에 시험 영어 다르고, communication 또한 목적에 따라 아카데믹한 목적이냐 아니면 스몰 톡이나 프리토킹 같은 목적이냐에 따라 많이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그렇기에, 사실 "영어를 잘한다"라는 한 문장을 "영어를 받아들일 때 실력과 그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활용도에 있어 본인이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음의 정도"라고 저 혼자 정의 내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기부여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희 아이들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영어가 EFL환경이었어요. 즉, 교실 밖에서는 영어를 쓸 환경이 아예 0인 상황이었던 거죠. ^^ 그래서 영어를 잘하지는 못해요.
아마 지금 이렇게 캐나다에 와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격이 될 거랍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ESL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 (아, 몬트리올의 경우 불어가 우선언어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완벽한 ESL환경은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또한 개의치 않았어요. 왜냐하면, 체류의 메인 목적이 아이들의 영어실력 향상이 아니었거든요.^^)에서 아이들은 아마 동기부여를 엄청 받게 될 것 같아요.
내적인 압력이든 외적인 압력이든, 둘 다 서로 비율을 달리하며 하루하루 달라지겠죠.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놓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동기부여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실제 영어를 왜 써야 하고, 필요한지에 대한 realistic 한 자신만의 rationale을 찾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파파고 번역기, 구글 번역기, 챗 쥐피티 너무 편리한 세상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언어가 왜 필요한지를 그 고유한 자신만의 리즈닝을 해가는 과정이 저는 너무 귀하다고 생각돼요. 그러면서 만나는 타문화의 가치와 태도가 주는 오픈 마인드도 귀하게 배우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이 기대가 돼요. 엄청 힘들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남들처럼 영어유치원이다, 학원이다, 준비해서 온 것이 아니고, 덩그러니 남겨져 너 혼자 각자도생 해라, 하는 환경이 될 테니까요. 엄마라는 사람은 그저, 네가 필요할 때 엄마가 도움을 줄게, 할 뿐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고 말이죠. ^^
이곳에 오기 전에 불어의 장벽으로 인해 고민을 하기보다, 도리어 설렜던 것은 주목적이 아이들 영어가 아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어요. 확실히 이곳은 더 멀티 컬츄럴한 환경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발음에 더 노출이 되고, 비언어적인 요소를 감지하는데 많은 오감을 쓰게 되네요. ^^ 잉글리시가 아닌 글로비쉬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더 좋아요. 여기서 이렇게 지내다가 다른 주에 가서 깨끗한 영어를 들으면 진짜 편하게 잘 들릴 것 같은 느낌도 조심스레 들어요.
저희는 영어 많이 쓴다는 동네에 집을 구해 그런지 아직까지 오프라인으로 무언가를 할 때 불어로 인한 언어장벽은 전혀 느끼지 않고 있고요. 다만, 전화를 할 때, 먼저 불어로 나와서 영어버전이 있으면 다행이나 없을 경우, 아무 번호나 누른 뒤, "엑스큐제무아. 부 빠흐르 앙글레, I'm so sorry but could you plz speak English to me?"하고 시작하는 결례를 자꾸 범하게 되네요. 궁극적으로 오래 계시려면, 불어가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느끼게 돼요.
1990년대,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불어 공부했었는데, 어째 아베쎄데(알파벳)와 앵두트루아꺄트르(숫자)만 생각나고, 똥따떼, 쏭싸쎄 (인칭 변형)하며 깔깔 웃던 것만 생각나네요. 그 외에는 완전히 잊고 있다가, 여기서 집에 문제가 있어 고쳐주시던 분이 "쎄뚜!" 하니, 아 맞다. 쎄뚜, 이게 있었지? 하고 기억이 나고, 하나씩 보물 캐듯, 기억 저편에 희미해져 휘발해 버리기 직전의 불어표현 찾아내는 재미가 있어요. ^^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몬트리올 관광객 모드로 매일매일을 지내고, 삼시 세끼 직접 지은 밥을 해먹이고, 몬트리올에 아직까지 아는 사람 없이 저희끼리지만 조금은 외롭고 더없이 진한 시간들 잘 보내며 아이들 학교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기다림 끝에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