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감사를 담은 시간
매일 새벽, 모두가 잠든 거실에 나와 탈칵 불을 키며 시작하는 아침, 묵직한 발바닥이 땅을 내딛는 순간 끄응! 소리가 절로 난다. 사십대의 족저근막염은 그렇게 새벽을 알린다.
도시락 싸는 시간은 감사일기를 쓰는 시간.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음에,
요리에 특별한 재주가 없음에도 소박한 사랑을 전할 수 있음에, 나의 두 손이 유용히 쓰일 수 있음에, 더이상 살림에 굴복하는 삶을 살지 않음에 감사하다.
도시락 싸는 시간은 용서를 하는 시간.
무례하게 굴던 사람들이 마음속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내로남불, 자신의 세계만이 전부라 믿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한들 들릴까. 그저, 묵묵히 조용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며 내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조용한 훈계일테지.
도시락 싸는 시간은 소중한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
삶의 우선순위를 정비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수련의 시간.
매일 새벽, 차곡차곡 하루를 준비하던 이 시간이 나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