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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운 Aug 11. 2021

지나가는 푸념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작은 성공에도 심장이 뛰던 순간이 있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심장이 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혹시 내가 이미 죽은 건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 가슴에 손을 대본다.


 쿵... 쿵... 심장은 뛰고 있다. 그런데도 난 내가 살아있는지 의문이 든다.


 언제부터 일까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게.


 혹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일지 몰라 가본 정신과에서도 별 다른 해답은 듣지 못했다. 20여분이 걸린 문답 체크와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에서도 이런데 올만한 친구는 아닌 거 같은데 하며 3일 치 약만 처방받았다.


 여러 책들을 읽으며 학습된 무력감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겪어 오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혔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될 때까지 시도하면 되지 않냐 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렇게 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테니. (물론 극 소수의 환경을 지배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하나 같이 밑바닥부터 악을 쓰며 올라왔다는 사람들의 자서전과 경험담을 들어보면 과거의 자신을 얼마나 안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는지 그저 포장하기 바쁘다.


 물론 그들이 노력을 안 하고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 성공했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은 성실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우리를 깎아내리고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처럼 말한다. 그게 너무 억울하다. 세상엔 한두 번만 도전 실패해도 다시 앞으로 나 갈 두 다리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많다는 걸 그들은 알까?


 그러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되었다. 개굴개굴. 이 좁은 우물에서 나는 행복해라는 자기 암시를 걸며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당연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려 하는 사람이 되는 걸 지도 모른다. 물론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참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작은 일에서만 행복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두렵다.


 나도 작은 성공에도 심장이 뛰고 미친 듯이 기쁘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 운동회에서 달리기 1등을 해서 손등에 찍힌 도장과 상으로 받은 연필, 공책들. 도서관에서 책을 제일 많이 읽어 학교에서 상을 받았을 때,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여자 친구에게 고백했을 때, 얼마 안 되는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내 돈으로 우리 집에 42인치 tv를 샀을 때 등등...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웃을 일들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무언가 미치도록, 아니 그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몰두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없어졌다. 작은 성공에도 작은 기쁨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그 기쁨을 느껴보려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해보려 한다.


 고작 400m 운동장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달렸다는 것 만으로 날아갈 듯 기뻐하며 환하게 웃던 소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라도 찾아야겠다.


 남이 안되길 바라기보다 내가 더 잘 되길 바란다. 내 작은 행동들로 인해 앞으로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길 바라며 넋두리를 읊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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