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루마루 Apr 24.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73. 나의 고통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치통이 찾아온 이후, 뭘 해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저를 보면서 가족도 함께 마음 아파했습니다. 평소 제게만 매달려있는 어린 딸조차 씩씩하게 아빠와 외출하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니 제가 어지간히 아파 보였던 모양입니다. 부모님, 남편, 친구들 모두 걱정해 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들의 위로에 감사했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을 겪어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습니다. 남이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대신 아파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습니다. 고통과 함께 울고, 다독여보고, 달래면서 오롯이 고통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찬 얼음을 물고 달래보고, 운 좋게 조금 나아지면 가족과 수다도 잠깐 떨고, 그러다가 다시 고통이 찾아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그러다가 지쳐 깜빡 잠들기를 반복한 나날이었습니다. 아무리 주변에서 안쓰러워한들, 나의 고통은 끝까지 나의 몫입니다. 


  다만 그 고통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도 나의 몫이었습니다. 고통을 미워하고 원망할 것인가,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시간을 어떻게든 살아낼 것인가, 그 선택은 제 손에 있었습니다. '왜 그때 발치하라고 하지 않았나' 치과 선생님을 향한 원망이 생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치과 선생님도 그 순간에 발치를 하라고 하지는 않으셨을 것이고 저 역시 그런 결정을 바로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가 이 고통을 남 탓으로 여기면서 스스로 겪어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탓할 대상은 없습니다. 그저 견뎌내야 할 고통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신에게 매달렸습니다. 언젠가 좋아질 것을 안다, 빨리 그 시간이 오게 해 달라, 아니면 잠이라도 자게 해 달라, 이 고통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말을 계속 되뇌었습니다. 통증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덜 무거웠습니다. 


  나의 고통은 온전히 나의 몫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고통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따라 고통이 불필요하게 배가될 수도 있고, 온전히 경험해야 할 통증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