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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Apr 27.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74. 고통을 견디게 한 것은 이 고통이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희망

  제게는 10년과도 같았던 지난한 치통의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것은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네깟 치통도 한철이지, 끝까지 괴롭혀봐라, 이도저도 안되면 발치하면 결국 끝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죽어야 끝나는 고통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만성 통증, 말기암 통증, 소중한 가족을 잃은 고통,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한 괴로움은 영영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통증 중에도 잠에 들어서 잊어버리기도 하고, 진통제가 잘 들어서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일시적으로라도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 나아진다는 것도 큰 위로와 희망이 되더라고요. 저의 경우 '이렇게 아파서 밤새 못 자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고통에 에너지를 쓰고 나니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잠에 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아침까지 잘 잤습니다. 물론 일어나자마자 역시 똑같은 통증이 찾아왔지만, 잘 잤다는 것이 위로가 되고 오늘은 다른 날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품게 되었습니다.


  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죽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자살 시도자의 마음에는 아마 그 가느다란 희망이 보이지 않았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처한 상황이나 나의 마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상황과 마음은 모두 유동적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과 똑같은 고통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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