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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와 파티를!

해터뷰(2): 상업영화제작부의 흰동가리

〈해터뷰 (2) : 해파리와 파티를!〉은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해양 생물체를 만나 인터뷰하는 기획이다. 무릇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말해지지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화비평웹진 해파리는 상업영화 제작부 부장, 흰동가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흰동가리: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와 영화 제작부에서 일하고 있는 31살 흰동가리다.



해파리들: 학부 시절에 영화를 전공했다 들었다. 대학교 전공이 현재 영화 제작부가 하는 일과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는지? 대학에서 배운 영화와 현장에서 일한 영화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궁금하다.


흰동가리: 
내가 영화과를 나왔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영화 수업이 있긴 했지만, 예술 이론이나 미학과 같은 다양한 것들을 더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배운 영화와 학교에서 배운 영화는 너무 달랐다. 그러나 나중에 직접 기획하게 됐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학에서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파리들: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KAFA)에서 프로듀싱 과정을 전공했는데, 다양한 전공 중에서도 프로듀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흰동가리:
 일단 영화 만드는 것을 재밌어하고 좋아한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 및 제작 과제를 했을 때 연출은 그다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듀싱 일은 달랐다. 사실 나의 최종 목표는 제작사를 세우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듀싱을 공부하고 제작팀으로 영화 업계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해파리들:
 KAFA의 연출과정을 수료한 감독들이 현재 영화업계에서 많이 가시화되지만, 프로듀싱을 수료한 프로듀서에 관해서는 비교적 알려진 것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작가⋅감독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국 영화계에서 프로듀서가 하는 일에 관해 낯설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KAFA의 전반적인 교육 과정과 프로듀서가 하는 일에 관해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흰동가리: 
pd라는 직책이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모두에 있다 보니, 프로듀싱이라는 것은 엄청 광범위하다. 영화 프로덕션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어떤 곳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일이 전부 다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KAFA 졸업생 중에서 프로듀싱 전공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유명한 pd들이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프로듀싱이 대중에게 드러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다 알고 있다. 동기들만 해도 같은 전공을 했지만 (현장 일을 주로 하는 나와 달리) 투자사를 간 친구들도 있다. 투자사에도 pd가 존재한다. 투자사의 pd는 회사의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현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투자사의 투자가 있어야 제작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투자사도 상당히 중요하다.

제작 pd와 기획 pd도 다르다. 기획 pd는 한 줄의 로그라인으로 시작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먹으면 감독과 작가를 섭외해 팀을 꾸린다. 이와 달리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제작사가 제작하기로 한 경우, 제작 pd가 붙어 이를 굴러가게 할 수 있게끔 한다. 두 역할을 구분해 하나의 역할만을 담당하는 pd도 있고, 두 가지를 모두 담당하는 pd들도 있다. 기획 pd의 경우에는 따로 현장 pd를 섭외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KAFA 프로듀싱 과정 수업도 다양하게 진행된다. 일단 수업은 총 4쿼터로 진행된다. 1쿼터 때는 한국에 영화관이 총 몇 개가 있는지부터 시작해 투자⋅배급 수업과 같은 전반적인 영화 산업 공부를 한다. 그러면서 장편 시나리오도 쓴다. 2쿼터 때는 본인의 아이디어로 시놉시스를 한두 장 쓴 후에 연출과 동기들과 함께 시나리오화하고 최종 완성을 해낸다. 3쿼터 때는 연출 전공이 1쿼터 때부터 준비하는 졸업 작품 시나리오에 함께 참여하면서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프로덕션(현장) 단계를 한다. 4쿼터 때는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 즉 후반 작업을 하면서 배급사, 제작사, 투자사에 근무하는 실무진들의 특강을 듣는다. 정리하자면, 영화 산업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실습을 교육 과정으로 한다.


해파리들: 
프로듀서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프로덕션(현장),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 단계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흰동가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pd가 많은 것을 총괄한다.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부터 시작해서 이견을 조율해나가며 큰 판을 짠다. 그러고 나서 촬영을 위한 팀을 꾸리고 이를 어떻게 운영할 건지 예산안을 짠다. 또한, 영화 촬영을 위한 작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방향을 잡는다. 그럼 제작팀과 제작부장, 실장들이 그 업무를 나눠서 진행한다. 그러면서 최종 시나리오가 나오면 일정을 짜고 준비한다.

프로덕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현장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현장과 사무실에 오가며 업무를 한다.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는 후반 작업, 즉 편집부터 음악, DI 작업 등등을 같이 보고 의견을 내면서 최종 완성 단계까지 함께한다.

나도 아직 상업영화에서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 참여한 적은 없다. 그래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편집 기술의 발달과 특히 요즘은 CG 처리가 많아지다 보니 pd들 또한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하는 일인 거 많아졌다고 한다.


해파리들: 
4쿼터로 진행되는 수업에 관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1년 동안 정말 몰입해서 아카데미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영화 제작 지원의 경우는 학교 자체에서 해주지만, 개인적인 생계를 위해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흰동가리: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가 다닐 때는 오로지 수업에만 몰두하라는 의미로 겸업이 금지였다. 겸업하다 걸리는 경우에는 징계받았다. 그런데 내 기수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넘어오는 때였다. 서울에서 시작했다가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활에 관한 문제가 많이 생겼고, 그래서 당시 학교에서 생활지원금을 줬다. 지금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일하는
건 금지돼 있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는 비밀리에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해파리들: 
비밀을 알려줘서 고맙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면, 영진위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로 이러한 통계가 있다. "2009~18년 10년 동안 개봉한 영화에서 여성 감독은 전체 1,525명 중 176명으로 11.5%에 불과하다. 상업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은 8.5%다. 이외에도 제작자(15.7%), 프로듀서(23.4%), 작가(25.0%), 주연(33.9%) 등 핵심 창작 인력으로 꼽히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영화 교육 입문 단계에서는 남녀 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같은 기간 전국 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생의 57.6%,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학생 32.3%가 여성이었다." KAFA를 다니며 영화를 찍을 때와 현장에 나가서 영화를 찍을 때 이러한 성비 불균형을 느낀 적 있을까?


흰동가리: 
지금 네 작품째 한국 상업영화를 하고 있는데, 사실 제작부에서는 항상 나 혼자 여자였다. 이번에 승진해서 부장을 달았는데, 그래서 여자인 친구를 한 명 뽑았다. 완전히 프로덕션(현장)에 치중하고 있는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사실 여자 막내는 힘들긴 하다. 다른 파트들도 비슷하겠지만 막내들은 탑차를 몰거나 무거운 비품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해서 몸을 쓰는 일이 많다. 그래서 막내를 여자로 뽑아야 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하다 보면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란 어렵지 않지만, 진입 자체가 조금 불리하다.

그렇지만 <헤어질 결심>(박찬욱, 2022)은 나의 첫 상업영화로, 이때 제작팀 막내로 들어갔다. 이때 함께 했던 분들과 지금도 같이 작업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헤어질 결심> 때 제작팀 부장님들이 정말 좋았다
. 팀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같이 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지니신 분들이었다. 그래서 나보다 바로 위의 선배가 내 작업을 많이 도와줬다. 막내가 하는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느냐는 식의 분들을 만났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 선배가 너도 제작팀 일을 처음 해 보는 건데 탑차를 몰고 무거운 비품을 혼자서만 챙기는 건 비인간적이라고 말해 주면서 많이 도와줬다. <헤어질 결심> 팀에서 많이 배웠다. 나는 운이 좋았던 편이다. 보통 제작팀 막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거운 것만 들고 다니다 보니 처음 들어가면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 의상, 분장, 미술팀은 여자가 대부분이고, 연출팀은 성비가 반반이다. 기술팀도 요즘 성비가 맞아가고, 조명팀과 촬영팀에도 늘 여자분들이 1~2명씩은 있다. 그런 걸 보며 느끼는 건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차별적인 언행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중간 세대들이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좋아지고 있다. <하이파이브>(강형철, 2022)라는 영화를 했을 때는 대표님과 pd님이 여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현장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탈주>(이종필)도 제작사 대표님이 여성분인데 그때도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사실 주변 소문을 들어보면 힘든 곳도 많다는데 나는 항상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생각한다.


해파리들: 
그렇다면 상업영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게 된 건 무엇인지, 혹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


흰동가리: 
배우는 건 “일”이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일하면서 업무를 배우고 사회생활을 배우듯이 나도 내 업무를 배운다. 학생 때 찍은 단편보다 사이즈도 훨씬 크고 생각해야 할 것도 아주 다르다 보니 경험을 통해 일과 사회생활을 배운다. 영화 현장이라고 해서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일을 배우는 건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일할수록 ‘영화인’이라는 말보다는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많았지만, 재밌었던 기억은 <하이파이브>라는 영화를 할 때다. 영화가 스펙터클하다 보니 통제의 규모도 컸다. 왕복 8차선 도로를 통제했었는데, 이렇게 사이즈가 큰 규모의 작업을 할 수 있다니 하면서 쾌감을 느꼈다. 내가 살면서 언제 이런 일을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감정 말이다. 바로 전 작품의 경우는 촬영하는 동안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촬영은 자꾸 밀렸다. 더구나 비가 온 상태에서 촬영해야 했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산 로케이션이었는데, 비가 오고 난 상태에서 찍다 보니 문제가 많이 생겼다. 차도 흙에 빠지고, 시간은 자꾸만 딜레이되고, 사람들은 다 비에 맞아서 힘들어하고. 그런데 힘든 게 지나고 나니까 또 재밌는 기억으로 남는다. 그때 팀원들과 만나면 웃으면서 그날에 관해 얘기한다.



해파리들: 
아무래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2022년 상반기 흥행 4위 영화이다 보니, 영화 현
장에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궁금하다.


흰동가리: 
<헤어질 결심>은 3~4년 전에 참여했던 영화다. 처음으로 한 상업 한국 영화였다. 늘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박찬욱 감독님과 시작하게 돼서 사실 너무 좋았다. pd님의 경우도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을 선두에서 지키고자 하는 분이셨다. 영화 현장을 막연히 떠올리면 야근 및 잔업이 많을 것 같은데, <헤어질 결심>은 저녁 7시면 pd님이 다 집에 가라고 하셨다. 그런 분위기에서 일하다 보니 팀원들끼리 사이도 다 좋았다.

박찬욱 감독님은 좋은 장면을 위해 디테일하게 시나리오상 하나의 장소를 많이 쪼개서 가신다. 엔딩씬의 경우는 3~4 장소의 바다를 하나로 합쳐놓은 것이다. 그래서 조금 어렵긴 하다. 영화에 대한 이해도 많이 필요하고. 그래도 거장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 컷 한 컷 온 힘을 다해서 찍는다는 게 무엇인지 배웠다.


해파리들: 
한국의 프로듀서가 외국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프로듀싱 과정에서 체계적이라고 느끼는 부분과 아직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


흰동가리: 
나는 시작을 해외팀과 함께했다. <블랙 팬서>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담당한 해외팀과 한국에서 작업을 하다 한국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넘어갔다. 사실 체계적인 건 할리우드다. 그들이 가진 시스템 중에서 좋은 건 ‘드라이버 시스템’이다. 한국도 요즘은 지양하는 추세이긴 한데, 야간 촬영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경우는 ‘드라이버 시스템’이 있어서 촬영을 마친 스텝들은 운전할 필요 없이 차에 타서 쉰다. 밤샘 촬영을 하다 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졸리다 보니 꼭 작은 사고가 난다. 개인적으로 다치는 걸 정말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업무나 시스템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한국 사람들은 좀 더 열심히 한다.


해파리들: 
열심히 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 현장은 사실 열심히 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 같다. 그런 입장에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라는 말에 관해서 프로듀서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영화는 모두가 만드는 예술 아닌가?


흰동가리: 
농담을 심하게 하면 예술은 감독님들만큼은 한다. 물론 모두가 열심히 하지만, 확실히 감독님은 예술적인 면에 집중한다. 감독님은 영화의 대장이기도 하고 이게 맞느냐 아니냐를 최종적으로 컨펌하는 사람이다. 스태프들은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한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게 스텝들인 것 같다. pd는 감독님과 스텝들의 적정한 선을 맞춰가며 판을 만든다. 스텝들이 기술을 한껏 발휘해 조그마한 카메라에 담아내면, 그걸 본 감독님은 판단한다. 사실 요즘 현장 임금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정말 근로자처럼 일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게 이런저런 상황을 따지다 보면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감독님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게 이해되기도 한다.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고 본인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까.


해파리들: 
우리도 이제 이해가 간다. 영화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내나?


흰동가리: 
사실 일을 시작하고 쉰 적이 없다.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이 일을 끝내고 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러려고 하는 편이다. 제일 길게 쉰 적은 <탈주>(이종필, 2022)라는 영화가 끝나고 지금 들어갈 영화를 하기 전까지 한 달 정도다. 같은 회사에서 하는 작품이라 쉴 기간이 생겼는데, <탈주>가 아무래도 북한 인민군의 탈출기를 그리는 영화라 주로 산 꼭대기 같은 자연에서 찍었다 보니 회사에서 육체적으로 쉴 시간이 필요하니 좀 쉬다 오라고 하셨다. 한 달 동안 여행도 하러 가고 친구들과 캠핑도 했는데, 심심해서 그사이에 다른 짧은 지원 작업을 했다. 보통 촬영하지 않을 땐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한다. 나는 계속 일한다.


해파리들: 
현재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영화계 이슈는 무엇인가?



흰동가리:
 여전히 주 52시간 근로다. 그리고 OTT 산업. 코로나가 끝나 영화관이 다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사실 천만 영화는 <범죄도시 2> 뿐이지 그 이후에 개봉한 영화들의 성적이 크게 좋지는 않다. 아직 극장이 회복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OTT가 맞는지, 극장이 맞는지 같은 개인적인 고민. 주 52시간 근로 같은 경우는 사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오며 조금 깨졌다. 넷플릭스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보니 주 52시간 근로를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관례상 한국 제작사들이 주 52시간 근로 제도를 운용하니 지키려고는 하지만, 법적으로 넷플릭스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해파리들: 
오히려 해외 기업인 넷플릭스가 주 52시간 근로를 철저히 지킬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최근에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흰동가리: 
<듄>(드니 빌뇌브, 2021)이다. OTT가 영화관을 이기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듄>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게 진짜 영화고 OTT는 이러한 콘텐츠를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코로나 이후 OTT 플랫폼이 많이 생기면서 앞으로 영화관이 OTT를 이길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OTT 제작 현장으로 가야 하나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듄>을 봤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해파리들: 
프리 단계에서부터 OTT로 갈 작품과 영화관으로 갈 작품이 나누어지는 건가? 그럼 흰동가리는 영화관에서 개봉할 영화를 선택해 참여하고 있는 건가?


해파리들: 
영화냐, OTT 8부작이냐 하면 작품의 호흡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기획(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정해져 있다. 지금까지는 영화관으로 갈 작품을 선택해 왔는데, 이번에는 <탈주>를 했던 팀과 함께 OTT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OTT는 촬영하는 기간도 길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물론 영화만 하겠다며 다른 작품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다.

코로나가 극심했을 시절에는 영화관 상영을 위해 제작했지만, 너무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OTT로 넘어간 경우도 많다. 그러나 OTT 6부작, 8부작의 경우는 플랫폼이 어떻게 보면 배급사다 보니 투자와도 관련이 있어서 미리 작품의 방향을 정한다.


해파리들: 
다음 질문을 계속해 보자면 프로듀서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흰동가리는 어떤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가?



흰동가리: 
프로듀서는 객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 활동이다 보니 기준과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pd 같은 제작 라인은 현실적인 문제를 업무로 하는 팀이라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체되면 모든 게 돈이다. 지체되는 시간을 촬영 중간에 커트해야 하는 일을 pd가 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님은 계속 찍고 싶어 하시지만 pd들은 스태프들 근로 시간, 지체되는 시간으로 인한 스케줄표 변경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계속 직면한다. 현장에서 객관성과 예술성 사이의 적절한 어딘가를 잘 찾아야 될 것 같다. 영화적 시선도 중요하고 현장이 돌아가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성도 중요하다.

그러니 나도 그런 것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쨌든 업계에서 인정받고 유명한 pd가 되고 싶다. 아까 pd도 기획 pd와 제작 pd로 나뉜다고 했는데, 나는 둘 다 하고 싶다. 대학에 다닐 때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는 게 원체 재밌었다 보니, 기획도 하고 현장도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해파리들: 
그럼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흰동가리: 
일단 나는 대중영화를 만들고 싶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 디테일하게는 역사적으로 일본과 관련된 영화. 시나리오 초고 장편도 써놨다. 그것뿐만 아니라 계속 영화를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번 작품
을 하고 끊기는 게 아니라 또 나에게 좋은 결과가 돼서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지속성 있고 원동력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해파리들: 
흰동가리에게 영화란?


흰동가리: 
일. 생업. 영화는 내 직장이다.



해파리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흰동가리: 
그냥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힘든 시기 아닌가. 다 같이 힘든데 다 같이 힘내야지. 힘든 걸 잘 극복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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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와 파티를!〉에서는 두 번째 해터뷰의 주인공으로 상업영화 제작부에서 일하고 있는 흰동가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현장에서 제작부가 하는 업무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가지는 고민까지 경중을 떠나 들어보고자 했다. 앞으로도 해파리는 다양한 곳에 분포하고 있는 젊은 해양생물들을 만나 그들의 서식지를 조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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