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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w Jan 29. 2023

특별하진 않아도 하루 세끼

소박한 집밥의 매력


과일만큼은

다음 차례를 미리 즐길 필요가 없다


겨울 내내

껍질째 먹기 좋은 사과


아삭한 달기가 가장 최고일 때

열심히 먹으면 된다



두 쪽 남은 김장


심어 두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했다는

이웃 미니멀리스트의 배추는

갈무리해 둔 우거지까지

맛이 참 좋았다


노지에서 연하게 자란

요즘은 귀해진 파란 배춧잎

시어져도 볶아먹고 끓여 먹기 아까웠다



랩을 사용하지 않은지는

오래인데


이웃 미니멀리스트에게 어 온

할 일 잃고 방황하던

유리 뚜껑


우리 집에 와서

만능 뚜껑이 되었다


덕분에 음식 보관용기가

하나 더 생긴 기분이다



배추가 맛이 좋아서 그런지

덩달아 맛이 좋았던 고구마


찐 고구마는 종종 소화가 불편했는데

조청과 먹으면 그런 증상이 없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다


오일로 가볍게 버무려

오븐에 굽고 조청을 뿌려주면

기름에 튀기지 않아도

간단하게 맛탕이 된다


여러 날의 아침과 간식으로

충분히 감사히 맛있게 즐긴

고구마 맛탕



한겨울의 달달한 무나물


오일 마늘 새우젓으로만 볶았을 뿐인데

뭐 이런 고급진 맛이 나는 걸까


밥은 조금만 담고

심심 달달한 무나물을 가득 올리면

사르르 녹듯 사라져 버리니

밥상에 앉자마자 숟가락을 놓게 된다


커다란 무 하나로

남은 불고기에 무조림 냉파

사진에는 없지만 어묵탕까지

쉬운 조리법에

푸짐한 반찬이 되어 주었다



마음이 급해지면 굵어진다

채 칼과 겨루는 양배추 채썰기



무만큼이나

겨울에 맛이 좋은 양배추


오코노미야키처럼

부쳐 먹기도 별미지만

한 번에 듬뿍 썰어 두고 마음 가는 대로

샐러드로도 먹고 볶아 먹기도 했다


다시마 올려 밥을 지어

불고기를 담고 올리브오일 후추 소금으로

살짝 볶은 양배추를 곁들였다


생으로 먹기 부담스러울 땐

냄비뚜껑 덮어 아삭하게 익혀

간장 케첩 굴소스 소금 후추등

손 가는 대로 간을 해 봤는데


반찬 같지 않은 반찬스런 반찬이랄까


어떻게 해도 맛이 좋은 게

양배추 아닌가



몹시 추웠던 어느 날 저녁

꽤 맛이 좋았다는 이웃 미니멀리스트의

정보를 얻어 오랜만에 외식을 했는데


미리 맘먹고 준비해 간

스텐 김치통에 담긴 면이 불 새라

돌아오는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백사부 짬뽕 곱빼기 1인분

우리 둘에겐 국물 양이 너무 많아서

다음 날 남겨 놓은 국물에

콩나물 새우 더 넣고 짬뽕 밥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짬뽕은 불 맛 나는

딱 그 국물 맛인데

밖에서 먹을 땐 국물을 주로 남겼던 것이다


나에겐 짬뽕은 국물이 목표



일주일에 이틀

혼자 일 하는 알바 중인

딸아이의 간단 도시락


일 하면서 틈틈이

집어 먹을 만한 크기로

조물조물 김가루 양념 주먹밥


뭘 좀 더 싸주려 하면

심하게 거부하는 20대 언니


ㅎㅎ 어릴 때 생각이 나네



이렇게도 먹고 저렇게도 먹는

대파 기름 내어 만든 토달볶


좀 허전하다 싶으면

간장 굴소스 미림 올리고당으로

볶음 소스를 만들어

미리 불려 둔 쌀국수를 볶아 더해주면 된다


종류대로 소스 늘리지 않기


간장 1큰술

미림 1큰술씩

굴소스 0.5 큰술

올리고당 0.5큰술 조합으로

마지막에 참기름 둘러 완성


자극적이지 않게 포근한 맛이랄까



다시마에 남은 자투리 야채 넣고

따뜻한 국물을 만들면서

호박 양파 살짝 볶아 두고


그대로 그 팬에

소면을 쫄깃하게 삶는다

그렇게 녹말기로 자동 설거지까지 하면서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올리고당 미림 참기름

딸아이가 남겨 놓은 불닭소스도 살짝

우 ~~ 땀나는데

입맛이 난다



시래기 얼갈이배추 봄동 중에

된장 국거리를 고르라면

역시나 봄동이다


별다른 다싯물이나 조미료가 없어도

달달하고 구수한 맛이 으뜸이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봄동을 데쳐 냉동해 둘까

슬며시 욕심이 올라온다


무 대파 듬뿍 넣은 굴 국

팽이버섯 두부 된장국

황태 파 계란탕


내내 따뜻한 국을 자주 끓였다



쉬운데 맛도 좋아서


채소 듬뿍 식단에

두 식구 시금치 두단 먹기는 껌이다



우리집은 국물 낼 때 넣은 다시마를

건져 내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일부러도 먹을텐데

영양 만점 다시마니까

건져내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



일 년 중 떡국 만둣국 떡만둣국이

제일 만만하게 맛있는 한 끼가 되는 계절

우리 집은 김치 만두파


냉동 치킨텐더

툭툭 썬 토마토전자렌지에 1분 익혀

올리브유 발사믹식초 후추 허브가루버무려

소스 대용으로 얹으면

내맘대로 푸한 치킨 샐러드


한 입 떠 넣으면 온기 가득 퍼지는

내가 좋아하는 닭죽 쇠고기죽 새우부추죽

황태 미역 죽은 사진이 없네


기름에 달달 볶은 밀떡에

고추장 케첩 설탕

음... 역시나

우리 집엔 작은 봉지로는 성에 차지 않는

떡볶이 덕후가 살고 있었다


목살 구워 먹고

남은 고기에 김치랑 버터 두 조각이면

그날의 주 메뉴는 바뀌어 버리고


우습게 봤던 겨울 꽈리는 너무 매웠고

입 맛에 착 붙던 고소한 옛날식 간고등어는

길고 추운 환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맛있으니까

기꺼이 시원하게 환기한다



2인분 기준


우유 1컵 (200미리)

계란 1개

밀가루 3분의 2컵 (중력분)

오일 1큰술

소금 3분의 1 작은술


계란을 2개로 하면

밀가루양을 2분의 1컵으로 줄여도 된다


반죽에 설탕을 넣기도 하지만

잼이나 꿀 , 올리고당 뿌려 먹는다면 생략


크레페 크레이프 라고 부르는

서양식 계란부침개 ?


부들부들한게

겨울 아침 입 맛 살리기

딱 좋다


휘리릭 익혀

툭툭 접기가 바쁘네


뭘 먹을까

빵도 없구 밥 하기도 싫고


그럼 크레페를 부치는 거지 !



일주일에 한 번 구워두는

우리집 아침 식량

집빵


버터 올려 먹

수수한 맛


계란 우유물에 푹 담가

프렌치 토스트 하면

포근한 맛


아무것도 없는 날엔

반숙 계란도 참 든든하다



늘 두 끼가 목표지만

세끼를 채우고야 마는 하루


은퇴 아닌 은퇴로

쉬고 있는 지금이지만

아무 때나 먹고

아무 때나 치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하고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끼니를 잘 챙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긴 긴 겨울 다들

무얼 해 드시며 지내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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