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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Feb 14. 2024

외동에게 주고 싶은 선물

장례식에 다녀올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언젠가 혼자 남을 유리알 같은 마틸다가 늘 걱정이다. 뉴스에서는 줄어드는 출산율에 대한 기사가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내가 사는 곳은 유치원 3 지망이 모두 떨어져 대기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벌어진다.



"엄마 왜 나는 동생이 없어?"

마틸다가 6살 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차라리 수학문제나 영어를 물어봤다면 대답하기 더 쉬웠을까.

"음.. 엄마는 마틸다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서 동생 필요 없어~"

오은영 박사였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솔직히 말하면 예민하고 까다로운 기질 상위 3프로에 들었던 마틸다를 키우면서 둘째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외동이면 외동인대로, 형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각자 삶의 방식을 찾아 살아가겠지만, 내 나이가 들고 우리 부모님의 나이가 들수록 그간 몰랐던 책임들에 마음의 부담이 복리처럼 크게 쌓여가는 기분이다.




"언니~ 나 요새 장례식장도 몇 번 다녀오고.. 부모님도 점점 아픈 데가 많아지시니까.. 우리 마틸다가 너무 걱정돼. 난 동생이랑 의지하는데 마틸다는 혼자잖아."


친한 외동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자서 부모님을 책임져야 하는 것에 무척 힘들어했었다.



"종교를 만들어줄까? 내가 무교잖아.  종교가 있으면 의지할 수도 있고 곁에 사람들도 많고.."




"넌 왜 마틸다가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해? 네가 생각하는 거보다 마틸다는 강한 아이야. 넌 잘 키우고 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잖아."




그제야 알았다. 유리멘털에 예민한 건 마틸다가 아닌 나였다는 걸.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문제들과 그로 인한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것들을 인생의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 내가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종교도 돈도, 낳을 수 없는 동생도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오래전 인스타그램에 남긴 피드가 떠올랐다.



그래, 내가 해야 할 일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일뿐이다. 세상의 모든 폭풍우를 막아줄 수 없고 막아줄 필요도 없다.



나와는 다른 존재. 나에게 온 귀한 손님을 위해 나부터 단단하게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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