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향하는 관계에는 틈이 필요하다. 친밀함을 원하지만, 사람은 독립성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때로는 "우리는 정말 친해"라는 이유로 상대의 모든 영역을 넘보는 이들이 있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해야 관계가 깊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면서 상대에게 소화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만큼 애정을 줬는데, 왜 똑같이 돌려주지 않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관계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다.
남녀 사이에서도 한쪽의 마음만 지나치게 앞서가면 균형이 깨지기 쉽다. 상대의 매력을 알아보려면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받은 감사와 즐거움 역시 약간의 거리에서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선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
건물 사이에 난 틈새에서 꽃이 피어나듯, 사람 사이의 관계도 여유와 공간 속에서 꽃핀다. 너무 가깝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 그 조화로운 간격이야말로 관계의 아름다움을 키우고 향기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