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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은 Oct 27. 2024

<라따뚜이> 레미를 소개합니다

나의 히어로를 소개합니다

라따뚜이에 풍덩 빠지게 된 이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대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들은 지브리, 디즈니, 그리고 픽사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은 건 라따뚜이! 평소와 달리 빈티지하고 어두운 색감을 사용한 이 영화에 끌린 이유는 바로 주인공 레미 때문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매력인데, 레미는 자신감 넘치는 쥐 요리사로서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라따뚜이를 수없이 다시 보고 있다!


최애 장면을 뽑자면..

라따뚜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레미가 구스토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수프를 만들게 되는 순간이다. 평소 요리를 좋아해 열심히 연구해 온 레미에게 이 순간은 특별한 기회였다.

쥐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비위생적이라며 꺼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그 편견이 뒤집힌다. 레미는 수프를 만들기 전, 수도꼭지에 매달려 있던 물방울로 손을 씻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앞발이 더러워질까 뒷발로만 걷던 영화 초반의 레미 모습이 떠올랐다. 이런 디테일한 행동들이 레미를 더 사랑하게 만들고, 응원하게 하는 이유다.

수프를 만들며 향을 맡고 요리에 몰입하는 레미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그리고 링귀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레미와 링귀니의 첫 만남을 그린 이 장면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레미와 링귀니의 케미는 최고야

링귀니의 집에서 함께 처음 맞는 아침, 레미는 링귀니를 위한 음식과 자신을 위한 요리를 준비한다. 수저 대신 열쇠로 계란을 떠먹는 장면은 정말 사랑스럽다. (이 장면을 현재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사용 중이다!)

처음에 이 둘은 잘 맞지 않는다. 링귀니는 수프를 다시 만들어 인정을 받아야 했고, 레미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레미가 링귀니의 모자 속에 숨게 되고, 링귀니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그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게 레미와 링귀니는 밤새 요리 연습을 하게 된다.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설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 전개 방식이 내가 라따뚜이를 좋아하게 된 큰 이유다. 사랑해, 라따뚜이... 이런 동화적 허용은 넉넉히 받아들일 수 있어. 이게 이 작품만의 고유한 세계관이니까.

그 후로 레미와 링귀니는 다른 요리사들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물론 둘 사이에 갈등도 생기지만, 느리고 속이 따뜻한 링귀니와 민첩하고 똑똑한 레미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된다. 이 둘이 쌓아가는 우정 이야기도 라따뚜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레미와 나는 닮기도 다르기도 해

레미는 나와 닮은 점이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라따뚜이에 푹 빠진 이유는 나의 결핍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레미를 볼 때마다 소리치며 쥐덫을 놓아 없애려 한다. 사람들에게 쥐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가끔 나도 나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외면하고 싶어 진다.

그러나 레미는 자신이 쥐라는 사실에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리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걸으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다른 쥐들이 의아해하고, 아빠와 갈등이 생겨도 레미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당당히 꿈을 좇는다. 이러한 레미의 당당함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나도 레미처럼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레미가 요리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길을 찾고 싶다는 용기를 얻었다. 어쩌면 이 용기가 내가 라따뚜이를 이렇게 사랑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나도 레미처럼 세상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레미는 나의 히어로친구

레미는 어떻게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을까? 한참 고민해 본 결과, 그에게 느껴지는 순수한 마음을 찾았다. 레미는 요리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오래 지키면서 관심을 가졌다. 그 덕분에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레미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꾸준히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쫓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레미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요리에 집중했다. 

나도 레미처럼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고 싶다. 내가 어디에서 재미를 얻고 어떤 순간에 보람을 느끼는지 들여다보면서 레미처럼 내가 나를 인정해 줄 수 있기를. 오랫동안 나의 히어로가 되어준 레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Anyone can cook!

누구나 요리할 수 있어. 우리 모두 할 수 있다!

-레미가 보고 싶은 지은이가-




p.s. 다음 편은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하이스쿨뮤지컬! 이 영화는 수능영어 듣기를 마스터하게 해 준 영화이다. 수없이 돌려보면서 어떤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는지, 그 영화를 왜 그렇게까지 빠져서 보게 되었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니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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