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도로 살아도 괜찮아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날이 있다.
말도, 설명도, 움직임도 없이
그냥 조용히 숨만 쉬고 싶은 그런 하루.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누군가는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몸은 무겁고, 마음은 멈춰 있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이런 날엔 스스로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진다.
‘이러다 다 놓쳐버리면 어쩌지?’
‘내가 너무 게으른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숨는다.
그래서 나를 자꾸 다그치게 된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말을 던지며
억지로라도 다시 일어나 보려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럴수록 더 깊이 주저앉게 된다.
애쓰는 마음도 결국은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생각한다.
혹시 이 멈춤도 필요한 건 아닐까.
세상은 끊임없이 달리라고 말하지만,
모든 것엔 리듬이 있고,
쉼 없이 움직이는 생명은 없다.
기계도 쉬어야 오래가고,
바다도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며 숨을 쉰다.
하물며 사람인 우리는
왜 멈추는 걸 두려워할까.
멈춘다고 해서
내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조금 뒤처진다고 해서
내가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멈춰 있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계속 달릴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흘려보냈던 작은 기쁨들,
그리고 잊고 있던 내 마음의 온도.
멈춤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이다.
고장 난 마음을 조용히 고치는 시간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다.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내 속도를 찾는다.
‘오늘은 그냥, 이대로 괜찮다.’
이 말을 나에게 건네주는 하루.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하루가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하루.
그 하루가 있어야
나는 또다시 세상을 향해
내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세상은 늘 더 빨리, 더 멀리 가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가끔은 멈춰야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느려도, 잠시 멈춰도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 괜찮다.
오늘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그 하루는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날이 있었기에
나는 더 단단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었다.
멈춰도 괜찮다.
아니,
가끔은 멈추는 것이
가장 나다운 선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