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틴 게 아니라, 잘 살아낸 것
그 한 걸음은
누군가 보기에 아무 일도 아닌 움직임일지 몰라도,
내 안에서는 분명한 진동으로 남을 것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기록되지 않아도,
박수 한 번 들리지 않아도,
나는 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조용하고 단단한 선택이었는지.
가끔은
다 잘 해내지 못한 날이
오히려 나를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웃지 못한 얼굴,
대답 대신 침묵을 택한 순간,
괜히 울컥해 돌아섰던 마음까지도
사실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배운 방식이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강해지기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강해 보이고 싶은 날들 속에서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몰아붙였는지 아니까.
대신
무너지더라도
다시 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도형아, 괜찮아.”
누군가 대신해 주길 바라던 그 말을
이제는 내가 나에게 건네보는 연습.
어색하고,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그 한마디가
어둡던 방 안에 불을 켜는 일처럼
작게나마 나를 살린다.
삶은
언제나 앞으로만 흐르는 것 같지만,
어쩌면 우리는
수없이 나에게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며
시간을 건너는 건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나를
다시 손에 쥐고,
흩어졌던 마음을
조용히 모아
주머니에 넣어두는 일.
그래서 오늘의 나는
완벽하지 않은 문장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
정리되지 않은 생각,
조금은 흔들리는 확신까지도
지금의 나를 증명하는 흔적이니까.
내일도
분명 또 흔들리겠지만,
괜찮다.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흔들리면서도
끝내 나를 놓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 삶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을 지나
또 하루를 건너
언젠가 돌아보게 될 그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잘 버틴 게 아니라,
잘 살아낸 거였어.”